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방위비 늘려 미국 무기 사라? 트럼프, 나토에 ‘GDP 3%’ 요구 가능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회원 32개국 중 3국만 기준 충족
우크라 옆 폴란드 적극성에 영향
한국일보

지난달 17일 미국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회동한 도널드 트럼프(맨 왼쪽) 전 미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왼쪽 두 번째) 폴란드 대통령. 뉴욕=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재집권에 성공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국내총생산(GDP) 3% 수준까지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재 32개 나토 회원국 중 기준을 충족하는 나라는 3개국에 불과하다.

영국 더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지난달 뉴욕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만난 뒤 트럼프 전 대통령 생각이 (GDP 대비 방위비) ‘3%’로 나아가고 있다”고 트럼프 측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지원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폴란드, 나토 내 방위비 증액 주도


현재 나토 회원국 중엔 GDP 대비 2% 기준을 만족하는 나라도 11개국뿐이다. 러시아와 가까운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핀란드, 발트해 3국(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나토 동쪽 국가가 많다. 회원국 3분의 2를 넘기는 게 나토의 올해 목표다. 3% 이상을 지출하는 회원국은 폴란드(4.3%), 미국(3.3%), 그리스(3.1%) 3개국이 전부다. 미국 보호를 받을 자격의 기준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를 책정한 것도 이런 현실을 감안한 결과다.

나토 내에서 방위비 증액 분위기를 주도하는 국가는 폴란드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토의 동부 최전선이다. 두다 대통령은 3월 1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러시아 정권은 냉전 종식 뒤 세계 평화에 최대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방위비 지출을 GDP 대비 3%로 늘릴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전면전에 대응하려면 3%가 요구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럽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지난달 25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 목표를 설정한 계기였던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 합병 뒤 10년이 흘렀다며 “(2%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티모 페소넨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방위산업 국장도 지난달 말 싱크탱크 행사에서 방위비 지출 목표를 3%로 높일 것을 요구하는 회원국이 이미 있다고 상기시켰다.
한국일보

지난달 4일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식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나토-우크라이나 협의회 시작을 선포하고 있다. 브뤼셀=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유럽 경각심 거래에 활용


자신의 집권 가능성이 유럽 내 경각심을 자극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거래에 십분 활용하는 모습이다. 더타임스는 “폴란드 방위비 지출의 상당 부분이 미국 무기 구입에 쓰인다는 사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업 본능을 자극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한국을 상대로도 주둔비 분담 규모를 대폭 늘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상태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