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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버스기사 아들 ‘3선 시장’ 등극...보수당 참패, 14년만에 정권교체 이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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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디크 칸 런던 시장 화제

파키스탄계 ‘흙수저’ 성공신화
‘총선 전초전’ 참패 집권 보수당
14년만에 정권 교체 가능성


매일경제

4일(현지시간) 개표 결과 발표 후 발언하는 사디크 칸 런던시장 [AFP=연합뉴스]


영국 지방선거에서 노동당 소속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집권 보수당 후보를 꺾고 직선제 도입 이래 처음으로 3선에 성공했다. 무슬림으로 서구권 주요 수도 시장 첫 당선 기록을 썼던 그는 최근 국제적으로도 인지도를 높이면서 총리직 도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T) 등은 이날 발표된 선거 결과에서 사디크 칸 시장이 역사적인 3선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칸 시장은 약 44%의 득표율로 보수당 수전홀(약 33%) 후보를 따돌렸다.

이로써 지난 2016년 처음 런던 시장에 당선된 이래 9년째 재임 중인 칸 시장은 2028년까지 임기가 늘어나게 됐다. 칸 시장은 앞서 각각 8년씩 재임한 켄 리빙스턴(무소속·노동당), 보리스 존슨(보수당)에 이은 세 번째 런던 시장으로, 이번에 당선되면서 처음 3선 시장이 됐다. 영국은 지난 2000년 부터 런던 시장을 직선제로 선출하고 있다.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칸 시장은 부친이 버스 운전, 모친은 재봉 일을 하고 공공주택에서 자라 소위 ‘흙수저’ 출신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 때문에 런던 시장 출마 및 당선 등 언론의 조명을 받을때 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버스 기사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대학 졸업후 인권 변호사와 런던 자치구 의원을 거쳐 200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중앙 정계로 진출했다. 노동당 고든 브라운 내각에서는 교통부 부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칸 시장은 런던 내 모든 공립 초등학교 무상 급식과 대중교통 이용료 2025년까지 동결, 공공주택 4만가구 신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재임 중 런던의 강력범죄 증가와 주택 부족 문제로 비판받았다. 칸 시장은 개표 결과 발표후 “끊임없이 부정적인 캠페인에 직면했지만 공포 조장에는 사실로, 혐오에는 희망으로, 분열 시도에는 통합으로 응답했다”고 주장했다.

칸 시장은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등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리시 수낙 현 총리 등 보수당 전현직 총리와 각을 세워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 미국의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을 맹렬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칸 시장이 “테러리즘에 대해 형편없이 대응한다”면서 “냉혹한 패배자”라고 응수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직후부터 휴전을 적극 촉구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키어 스타머 대표 등 노동당 일부 인사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은 대부분의 직선제 단체장 자리를 휩쓸은데 반해,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지방의회 의석의 절반 가까이를 잃었다. 총선을 수개월 앞둔 마지막 선거였던 만큼 정권교체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초전으로 여겨져 왔다. 선거 전문가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는 “보수당에는 40년 만에 최악이거나 그 동급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AP 통신도 “노동당이 14년 만에 재집권할 것이라는 예상을 강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압승한 노동당은 조기 총선 압박을 높이고 있고 보수당 강경파도 노선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선거 참패로 리더십 위기에 직면한 수낵 총리는 실망감을 표시하면서도 기존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이날 “헌신적인 지방 의원들을 잃어 실망스럽지만, 보수당은 싸우기 위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가치와 미래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며 총선까지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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