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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현금 257조원 쌓아둔 버핏 “두달내 15조 더 늘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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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투자자 美버크셔 주총 현장

애플株 13% 판 이유 “세금낼돈 마련”

고금리에 증시 대신 현금 선호 관측

동아일보

“2016년 첫 투자 이래 애플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나요?”

4일(현지 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CHI 헬스센터. 전 세계에서 3만여 명이 모인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장에서 말레이시아 주주인 셔먼 램 씨(27)의 질의가 첫 질문으로 채택됐다. 버크셔해서웨이가 1분기(1∼3월)에 보유 중인 애플 주식의 13%에 해당하는 약 1억1500만 주를 매각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였다. 주총장 맨 앞줄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앉아 있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은 “아니다. 애플은 올해 우리 보유 주식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연방정부는 기업 수익의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소유하고 있고, 재정적자가 높아 그 비율을 높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상승을 우려한 지분 축소이지 애플에 대한 전망이 바뀐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이다. 버핏 회장은 “코카콜라와 아멕스, 애플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끝까지 들고 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3월 말 기준 1354억 달러(약 184조 원)어치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대량 매각에도 여전히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애플의 최대 주주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날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말 1676억 달러에서 1분기 말 1890억 달러(약 257조 원)로 늘었다고도 밝혔다.

버핏 “AI發 사기 우려, 가짜로 만든 나에게 내가 속을 판”


美오마하 버크셔 주총
“AI는 핵무기를 생각나게 해
지니 만들곤 램프 못넣을까 두려워”
‘中 투자 의향’ 질문엔 “기본은 美”


버크셔해서웨이는 2박 3일 동안 경영진과 주주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허물없이 논의하는 주총 프로그램을 매년 기획하고 있다. 올해 주총에도 미국뿐 아니라 독일, 일본, 중국,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주주 3만여 명이 몰렸다. 전날 부대행사에 이어 공식 주총날인 4일에는 6시간 동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핏 회장에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 묻는 자리가 마련됐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밝힌 1분기 말 현금성 자산 규모 1890억 달러는 회사 역사상 최대 현금 보유액이다. 버핏 회장은 “이번 분기(2분기·4∼6월) 말에는 2000억 달러(약 272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돈을 쌓아놓고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는 한 주주의 직설적 질문에는 “우리는 날아오는 공이 마음에 들 때만 (야구 방망이를) 스윙한다”며 고금리로 단기 채권의 수익률이 높은 상황에서 주식시장에는 투자할 만한 곳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홍콩에서 온 주주가 ‘중국 전기차 BYD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 외 중국이나 홍콩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는지’를 묻자 버핏 회장은 “우리의 기본 투자처는 미국”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일본 상사 기업에 대해선 거부하기 힘든 매력에 투자했지만 우리가 미국 외에 다른 나라에 집중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고 답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말∼올 1분기 대만 TSMC 주식을 모두 팔고 미쓰비시상사 등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질문에는 “내가 사기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이것이 역대 최대 성장산업이 됐을 것”이라며 AI발(發) 허위정보가 우려스럽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최근에 AI로 만들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봤다면서 “내가 어느 나라의 가짜 나에게 속아 돈을 보낼 판”이라고 덧붙였다. 또 “AI는 핵무기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가 창조한 지니를 다시 램프에 집어넣지 못할까 봐 두렵다”고도 말했다.

인생 조언을 구하는 주주들도 많았다. 버핏 회장은 “직업을 구하는 학생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일을 할 필요가 없을 때에도 하고 싶을 만한 일을 찾도록 하라”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목표를 향해 가라. 어려움이 있겠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마하=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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