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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심상찮은 지방 사립대병원 경영난…연쇄도산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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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지급 후 후순위로 밀리는 채무들 있어"

"대금지급 밀리면 물품납품 업체 도산 우려"

"간호사 등 보건의료직 실업률 상승 가능성"

뉴시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외래 진료를 줄이기로 한 첫날인 지난 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대학병원 안과 외래가 텅 비어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4.04.05. jsh012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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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겨우 버텨온 지방사립대병원들이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연쇄적으로 병원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도산과 간호사 등 보건의료직의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방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해온 지방사립대병원은 노동집약적인 병원의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높은 데다 재정 여건이 취약하고 지방의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왔다.

특히 비수도권의 심각한 인구 감소로 의료 수익이 계속 줄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병원들은 고질적인 저수가 체계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문의 대신 전공의의 최저임금 수준(시간당 1만2000원)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왔다. 인력 부족으로 입원·수술 등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전체 의료 수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지출되면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당장 직원 월급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른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지난달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충북대병원, 울산대병원 등도 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경영 안정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경영난에 허덕이며 버텨온 지방사립대병원들이 이젠 한계에 달했다는 점이다. 도산 위기에 직면한 병원들이 거론될 정도다. 지방의 한 사립대병원 A 교수는 "무급 휴가를 받고 병상 가동률을 축소해 인건비 비중을 줄여왔는데 앞으로가 문제"라면서 "빚이 쌓이고 있어 자금이 돌아야 급여가 안정적으로 지급되는데 외부 자금 확보 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 병원 종사자는 2천 명 가량에 달한다.

지방사립대병원 원장들이 직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을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아직 월급이 끊긴 병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후순위로 밀리는 채무들이 있어 '부실 채무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A 교수는 "아직 월급이 지급되고 있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면서 "급여를 1순위로 지급하고 나면 의료소모품, 약품, 진료재료 등 병원에서 필요한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물품 대금이 밀리게 된다"고 말했다. 영세한 물품 납품 업체들이 많고, 납품 대금이 수 개월 밀리게 되면 억 단위로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장기간 납품 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자금 흐름이 막힌 업체들은 최악의 경우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 또 다른 지방의 한 사립대병원 B 교수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영세 업체들은 채권을 들고 사채 시장을 향하게 된다"면서 "가령 병원으로부터 받을 돈이 1억 원이면 선이자 수백 만원을 떼이고 나머지 금액만 받게 된다"고 말했다.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사립대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들이 신규 인력 채용 여력이 없어 간호사 등 보건의료직의 구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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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3월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4.03.08. hw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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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사립대병원 C원장은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대학병원에서 병상 가동률을 대폭 축소하면서 올해 2월 간호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취직이 안 되고 있다"면서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이 병원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보건의료계열의 실업률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사립대병원의 도산을 막으려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이 부실한 지방 사립대병원들은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인 '빅5'병원처럼 낮은 금리로 마이너스 대출을 받기 쉽지 않고, 상황에 따라 대출 자체를 받기 어려운 곳도 있다.

A 교수는 "지방사립대병원들은 기채 승인 한도가 간당간당한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에서 은행에 대출을 해줘도 된다고 하면 훨씬 수월한데, 정부가 완전히 손을 놓은 상태여서 지방사립대병원부터 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채승인이란 의료법인이 금융권 대출을 받을 때 마음대로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무부처의 허가를 의무화한 것을 말한다.

C 병원장은 "지방사립대병원의 위기는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정부의 정책으로 사태가 촉발된 만큼 정부에서 전향적으로 금전적인 손실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유례없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병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자 사립대병원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지난 2020년 한시적인 기채 신청을 허용했다. 병원의 자금운영 현황, 상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채 규모와 승인 여부를 결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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