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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인터뷰] 韓 로봇청소기 1위 中 로보락 마케팅 총괄 “한국서 높은 수요 놀라워… 인기 비결은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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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팔리는 150만원 이상 고급 로봇청소기 10대 중 8대는 중국 ‘로보락’ 제품이다. 로보락은 한국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철옹성을 뚫고 4년째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품절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정작 로보락이라는 회사에 관해선 알려진 게 별로 없다. 10년 전 중국 엔지니어들이 모여 스타트업으로 첫발을 뗄 때부터 ‘과시하지 않고 제품으로 승부한다’는 철학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런 로보락이 지난달 처음으로 한국에서 신제품 출시 행사를 열었다. 한국은 중국, 독일과 함께 로보락의 ‘매출 톱3′ 국가다. 지난해 로보락이 한국에서 거둔 매출은 약 2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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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락이 지난달 공개한 2024년 대표 로봇청소기 모델 'S8 맥스V 울트라'. 모서리를 인식하면 옆 면에서 사이드 브러시가 나와 모서리 부분을 청소한다./최지희 기자



로보락은 2014년 중국 베이징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바이두 등 글로벌 빅테크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회사다. 창립 멤버들은 내비게이션 매핑(mapping·지도 설계)과 통신 기술에 특화된 엔지니어들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로봇청소기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로봇청소기에선 청소할 공간을 스캔해 정확한 지도를 만들고 최적의 청소 경로를 설정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공들여 창업 후 26개월 만에 첫 제품을 만든 로보락은 샤오미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샤오미 사업 생태계에 합류했다.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기에 앞서 ODM(생산자개발방식)으로 샤오미에 로봇청소기를 공급해 경쟁력을 테스트했다. 당시 로봇청소기 모델이 없던 샤오미는 로보락이 개발한 ‘미 홈(Mi Home)’을 출시해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다. 출시 석 달 만에 주문이 20만대로 늘어 로보락의 최대 생산능력을 넘어섰다. 자신감을 얻은 로보락은 2017년 비로소 자체 브랜드를 단 새 제품을 내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보락 로봇청소기의 내비게이션 매핑 기술력이 좋다는 입소문이 글로벌 시장에 퍼지기 시작했다. 출시 2년 만에 로보락 제품은 40개국 이상에서 누적 판매량 550만대, 매출 7000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전 세계 170개국 이상에 진출한 로보락은 한국뿐 아니라 북유럽과 독일, 싱가포르, 루마니아 등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총매출은 86억위안(약 1조6300억원), 순이익은 20억위안(약 3800억원)을 기록했다.

로보락은 꾸준한 인기 비결로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안정성을 꼽았다. 매년 매출의 7% 이상(작년 기준 약 12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는 로보락은 직원 1500명 중 절반 이상이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다. 댄 챔 로보락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총괄은 지난달 30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로보락은 샤오미 협력업체로 시작할 때부터 소프트웨어 완성도를 높이려 오랜 시간을 쏟았다”며 “어두운 곳에서도 정확한 지도를 그리는 레이저 내비게이션과 알고리즘 기술은 기본이고, 기기 작동을 편리하게 만든 애플리케이션(앱) 안정성이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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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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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에 자신이 있는 로보락이라도 삼성·LG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에서의 인기는 예상 밖이었다. 챔 총괄은 “한국에서는 이미 유명한 가전회사들의 입지가 공고해 로보락의 인기가 놀랍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며 “글로벌 소비자들이 중국 업체 제품에 편견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그럼에도 로보락의 뛰어난 기술력을 알아봐 줬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먼지 흡입에 더해 물걸레까지 되는 로보락의 일체형 로봇청소기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 기업들은 로봇청소기에 물걸레 기능을 넣을 경우 악취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일체형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챔 총괄은 “한국 소비자들은 기술력, 소프트웨어 성능, 브랜드 인지도, 애프터서비스(AS) 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민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시장은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어 앞으로도 다양한 청소기 제품을 선보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챔 총괄은 중국 국영 철도 차량 제조업체 CRRC를 거쳐 2018년 로보락에 합류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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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챔 로보락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총괄./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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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인기에 비해 회사 홍보를 많이 안 해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로보락은 보수적이고 ‘샤이(shy)한 회사’로, 잘 나서지 않는 게 특징이다. 회사의 DNA는 주로 창업 멤버로부터 나오지 않나. 로보락의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들은 앞에 나서기보다 기술 개발을 최우선 순위로 둔다. 로보락의 철학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런 성적을 거둬야겠다’는 식의 목표는 세우지 않는다. 회사의 초점은 제품을 잘 만들고, 올바른 자재를 사용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데에 있다고 창립 멤버들은 강조한다. 마케팅을 서서히 늘리고는 있지만, 로보락의 DNA가 기술력에 있다는 건 변함이 없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제품을 제대로 만든다면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알아준다는 것을 믿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기보다 샤오미 공급사로 사업을 시작한 게 흥미롭다.

“운이 좋게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 샤오미는 더 많은 제품 라인을 구축하길 원했고,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잠재력이 높은 파트너를 찾고 있었다. 우리가 공급한 로봇청소기에 샤오미가 브랜딩을 하면서 혼자 할 때보다 더 빠르게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샤오미 측에서도 시험 삼아 내놓은 로봇청소기의 고객 만족도가 다른 제품보다 월등히 높아 놀랐을 정도다. 이후 로보락 자체 제품을 출시하면서 서서히 샤오미 물량을 줄이고 대부분 로보락 지분으로 전환했다.”

―국내 시장에서 로보락 제품을 구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생산능력이 수요를 못 따라오는 건가.

“그렇다. 한국 시장의 수요가 높은 덕분이다. 한국 시장에서 로보락 제품이 자주 동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작년 말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시에 공장을 신설해 현재 월 70만9000대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지능형 관리 시스템도 개선해 품질 관리도 더 용이해졌다. 로봇청소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기술 혁신만큼이나 소비자가 겪는 불편함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회사는 보고 있다. 올해 한국 시장에서 AS를 대대적으로 강화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로봇청소기 외에 로보락이 또 공략하는 시장이 있나.

“청소 가전 시장에 집중하는 동시에 세탁건조기를 포함한 생활가전 사업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 하반기쯤 세탁건조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청소 가전 외에도 다양한 가전 제품을 선보이려고 한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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