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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C커머스 초저가 상품, 내 개인정보와 바꾼 것…머리 쭈뼛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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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發 경제전쟁]⑱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

상품 구매와 무관한 정보도 광범위 수집…"중국 정부서 활용 우려"

[편집자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e커머스가 주도하는 '차이나 덤핑'이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염가 공세에 소비자는 무방비로 노출됐고 소상공인은 생존 위협에 처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전쟁'으로 번질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신속하고 엄중한 대응은 물론 개인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C커머스의 실태와 문제점, 대응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뉴스1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이 4월23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4.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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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가입자 1700만 명이면 정말 미성년자, 노약자 빼고 나면 다 들어가는 거거든요. 이 정보들이 다 넘어간 거예요. 저는 정말 이걸 볼 때 머리가 쭈뼛쭈뼛 섭니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심각한 얼굴로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그가 손에 든 한 묶음의 서류 뭉치는 국내 유통계의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 e커머스(C커머스) 기업의 '이용약관'과 '개인정보처리지침'이었다.

◇C커머스 개인정보처리지침, 소비자들 절대적으로 불리

C커머스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이용약관과 개인정보처리지침을 꼼꼼히 살펴봤다는 박 처장은 그 내용이 심각하게 불공정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두 C커머스의 가입자 수는 1700만 명을 넘겼다.

박 사무처장은 "개인정보 내용을 보면 절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불리하다"라며 "상품 구매와는 관련이 없는 개인정보도 탈탈 털려 나간다"라고 지적했다. C커머스의 '초저가, 저품질 상품'으로 인한 피해도 줄 잇고 있지만 핵심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것이 박 처장의 주장이다.

그는 약관과 개인정보처리지침 내 관련 조항들을 찾아보았을 때 이들 기업이 사용자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 통관번호, 접속 기기종류, 운영체제 종류, 접속한 페이지, 해당 페이지로 이어지는 출처, 대략적인 주소(IP주소)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수집되는 정보가 국외의 제3국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알리와 테무의 개인정보처리지침을 살펴보면 미국, 싱가포르, 독일, 중국 등의 국가로 개인정보가 이전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박 처장은 이런 정보들이 해외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외부로 유출되거나 타국 정부에 의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는 "알리와 테무에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해외 이전을 명시해 둔 지침에 동의해야만 한다"며 "소비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제품 구입을 위해 강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1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이 4월23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4.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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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국내 소비자 개인정보 활용 가능성↑

실제 최근 C커머스 기업이 국내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걱정이 나오는 것은 중국 국내법상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해당 정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정보법 제7조는 '중국의 모든 조직과 국민은 중국의 정보 활동을 지지·지원·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중국 정부가 기업들이 해외에서 수집한 정보를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런 우려가 계속되자 한국 정부가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는 알리와 테무를 비롯한 국외 e커머스 기업들의 개인정보 수집·처리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그 결과가 올해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개보위 조사 결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가 밝혀지면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박 처장은 우리 정부의 관리 감독에 더해 중국 정부도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자국민들의 정보가 해외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제재하면서 해외에서는 다른 나라 국민들의 정보는 쉽게 가져가고 있다"라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서 보호와 감시·감독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더불어 박 처장은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저가의 상품과 내 개인정보, 내 권리하고 맞바꾼다고 봐야죠. 그게 싼 게 아니다"라며 "부당하고 불공정하고 (한국 소비자를) 홀대하는 기업들을 계속 키워주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처장이 속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달 25일 알리와 테무를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용자들에 대한 강제적인 개인정보 동의 △상품 구매와 관련이 없는 개인의 사생활 정보의 수집 및 활용 △개인정보의 제3국으로 이전 행위 등이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해당 고발 사건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 박순장 사무처장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로펌 등에서 근무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참여하면서 시민단체 활동에 몸을 담았다. 2017년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는 시민 중심의 소비자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창립에 뛰어들었다. 최근 온라인 직구 제품의 하자 문제 살펴보다가 중국발 직구 제품의 하자 문제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을 보고 C커머스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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