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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1분기 깜짝성장에도 생산·소비·투자 빨간불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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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3% ‘깜짝 성장’했지만 제조업 생산과 소매판매액, 설비투자 관련 지표는 모두 감소 전환한 것으로 나타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와 직결된 제조업 생산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에 그간 대출을 많이 늘렸던 취약차주의 소비 등에 타격을 받으면서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일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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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 지표 곳곳 빨간불

5일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는 109.5로 전 분기 대비 0.5%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지수가 전 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2022년 4분기(-4.9%) 이후 5분기 만이다. 제조업 불황이 이어졌던 지난해에도 생산만큼은 1분기 0.3%, 2분기 3.0%, 3분기 1.3%, 4분기 2.2%로 증가세를 유지했었다. 제조업은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취업자(2806만명)의 약 15.9%(447만5000명)를 책임질 정도로 고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지난 3월만 봐도 제조업 생산은 금속가공과 전자부품 등에서 줄어 전월보다 3.5% 감소했다.

내수에서도 불안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부문 소비지표인 서비스업 생산은 3월 들어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또 3월 소매판매는 전체적으로 1.6% 증가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는 2.7% 줄었다. 대표적인 소비지표인 소매판매액은 1분기 전체로 보면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투자부문의 주요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와 기계류 내수출하도 각각 3월 들어 2월 대비 18.7%, 8.1% 줄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에서도 좋지 않은 흐름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 3월 선행종합지수 순환 변동치는 건설 수주액 등의 부진으로 0.2포인트 하락했고,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 생산확산지수는 3월 38.2로 지난해 7월(38.2) 이후 가장 낮았다.

정부는 속보성인 통계청 조사와 비교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GDP 기준 통계가 전수조사에 가깝게 이뤄진다면서 전체적인 경기 흐름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제조업은 3월에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향후에도 수출 중심의 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상황이 이처럼 ‘울퉁불퉁’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수출 회복세의 온기가 이른 시일 내 서민층에 전달될 수 있을지도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 경기회복 흐름에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이른바 ‘3고’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단과 만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진 점 △올해 1분기 GDP 성장세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등을 들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금리 기조가 당초 전망보다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물가 역시 4월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2.9%(전년 동월 대비)로 하락 추세를 보였지만, 농산물은 한동안 ‘고공행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방울토마토(상품) 소매가는 지난 3일 기준 1㎏에 1만748원으로 1년 전보다 42.2% 올랐다. 이달 많이 공급되는 참외(상품) 역시 10개에 2만7896원으로 35.6% 비싼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계와 대응이 필요한 물가 차별화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서리, 집중호우 등 기상재해로 농산물 생산이 둔화하고 재배면적까지 감소했으며 올해도 이상고온 등 평년과 다른 기후환경이 지속 중인 상황”이라며 “햇농산물이 출하되는 하반기 전까지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경기 반등에 따라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소비 둔화와 중동정세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 등은 대내외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4월 국내 증시, G20 중하위권 그쳐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두 하락하면서 주요 20개국(G20)의 주식시장 지수와 비교해 수익률이 중하위권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주가 끌어올리기에 나섰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와 중동 리스크 확산 등 대외 악재에 흔들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코스피는 2.0%, 코스닥은 4.0% 각각 하락해 G20의 24개 주가지수에서 수익률이 14위, 2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들어 미국의 견조한 경제지표 발표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수그러들었고, 이란과 이스라엘 간 공습으로 중동정세가 불안해지자 기관투자자가 회수에 나선 영향이 컸다. 기관투자자는 지난달 코스피에서 4조9791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은 각각 1조6124억원, 3조4312억원을 순매수했다.

미국 다우존스30평균지수는 지난달 5.0% 하락해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였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4.86% 하락해 23위에 그쳤다. 미국 나스닥지수도 4.41% 떨어져 22번째로 상승률이 낮았다. 지난달 가장 많이 오른 지수는 튀르키예의 정보기술(IT) 관련 지수인 BIST100로 9.88% 상승했다. 아르헨티나 MERVAL(9.07%), 러시아 RTS(3.32%), 영국 FTSE100(2.41%)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증권가는 올해 국내 기업의 실적 회복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달 증시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사장 제조업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6.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3분기에는 8.5%로 정점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KB증권은 이달 코스피가 2600~2820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이미 시장은 최악의 경우를 상당 수준 선반영하고 있다”며 이달 코스피를 2550~2850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하반기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코스피는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맞물리면서 3100선을 향하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판 밸류업 훈풍에 홍콩 증시 훈풍

홍콩 주식시장을 기초지수로 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달 수익률 상위 성적을 거뒀다. 중국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인 ‘신(新)국9조’가 발표돼 증시가 급등세를 탄 덕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을 기준 한 달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H)’였다. 홍콩의 항셍테크 지수를 2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한 달 동안 가격이 22.64% 올랐다.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로 역시 홍콩 증시 레버리지 ETF다. 한 달간 19.86% 상승했다.

‘KODEX 차이나항셍테크’(13.68%), ‘TIGER 차이나항셍테크’(13.28%),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차이나항셍테크’(13.22%), KB자산운용의 ‘KBSTAR 차이나항셍테크’(12.98%) 등도 두 자릿수 상승폭을 보였다.

홍콩 증시는 지난 12일 중국 정부가 신국9조를 발표한 뒤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신국9조는 2013년 발표한 국9조에 이은 중국의 자본시장 부양책으로, 상장 기업의 주주 환원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우리나라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방향성이 비슷하지만, 배당이 부실한 회사를 특별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강제성이 더해져 기대를 더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달 22일∼지난 3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5% 올랐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조업 회복 등 중국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자동차 교체 지원 등 내수진작 부양책까지 발표했다”고 말했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6일 중국A주(중국 본토 주식)로 홍콩 증시 등을 통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면서도 “중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있고 경기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다는 점에서 증시 상승세가 지속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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