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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서울의대 교수 97% “환자 곁 지키겠다”...사직 강행은 4%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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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비대위 설문

교수들 주1회 휴진 방침에도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아

전의교협 “증원 안돼” 고수


매일경제

지난달 30일 서울대·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개별 휴진을 한 가운데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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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대다수는 환자 곁을 지키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공의 이탈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현재의 진료 수준을 기약없이 이어가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도 많아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서울대 의대·병원에 따르면 강희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중심으로 지난 4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 3기는 최근 소속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 4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서 전체 교수들의 96.5%는 환자 곁을 지키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도 근무지 이탈이라는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실제 병원을 떠난 이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다만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누적된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 역시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3기 비대위에 따르면 전체 교수의 70.9%가 현재 수준의 진료를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다고 밝혔다. 신체적·정신적 피로 누적으로 향후 진료를 줄이겠다고 답변한 비율도 63.5%에 달했다. 병원 이탈을 고려하는 교수들은 7.4%, 사직을 강행하겠다고 응답한 교수들은 3.5%로 나타났다.

3기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는 하루빨리 전공의와 학생들에 가하는 겁박을 거둬 이들이 일터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를 바란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모든 분야에서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의료 제도의 개선을 통해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보장하고 법적 소송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변화시키는 것도 역시 정부의 책무”라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환자 곁을 지키려는 교수들의 움직임은 전국 의대·병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교수들이 정상 컨디션으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주 1회 휴진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주 1회 휴진을 실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도상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도 휴진이 예고됐던 지난 3일 대장암 환자 등의 진료를 예정대로 봤다. 수개월 전 잡힌 환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 교수는 “정부가 아니라 환자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라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병원을 오는 환자들을 안 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40개 의대 교수들이 전부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의대 증원 정책 백지화를 위해 의학회 등 국내외 전문가 30~50명과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의사 수 추계 모형의 타당성과 예산 및 투자 현실성 등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앞서 의료계가 낸 의과대학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은 이달 10일까지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 자료와 현장실사를 비롯한 조사 자료, 대학별 배분 관련 회의록 등을 제출하고 재판부의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절차를 진행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잘못된 정책은 (정부가) 스스로 인정하고 수정하면 되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정부는 입학정원 확대 및 배분 절차를 당장 중지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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