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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대통령실 “이태원법 잉크 마르기도 전에”…채상병 특검법에 협치 산산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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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특검법 놓고 여야 대립
본회의서 1시간도 못 간 협치


매일경제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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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이후 첫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특별법’에 극적으로 합의한 여야가 또다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야당이 ‘채상병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여당은 이에 반발하며 퇴장했고, 대통령실까지 나서면서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분위기다.

본회의가 열린 지난 2일 오후 국회는 이태원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법안)이 통과되던 오후 2시 30분께까지만 하더라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오후 3시 20분께 상황은 급변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채상병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16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한 것. 여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고, 대다수가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본회의 전부터 민주당이 채상병특검법을 표결에 부칠 수 있단 전망이 있었던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은 곧바로 규탄대회를 열었다. 굳은 얼굴로 본회의장을 나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앞으로 21대 마지막까지 모든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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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계단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야당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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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태원특별법을 합의 처리함으로써 협치의 희망을 국민에게 드리고자 노력했지만, 오늘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입법 폭주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입법 폭주에 가담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역시 곧바로 정진석 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협치 첫 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은 여야가 힘을 합쳐 민생을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며 “대단히 유감”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며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실은 향후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여야가 이날 먼저 통과시켰던 이태원특별법은 지난 1월 야당이 단독 처리한 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표결을 앞둔 법안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담이 있은 지 이틀 만에 여야는 합의해 새로운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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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여야 원내대표가 법안의 공동 대표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던 만큼 이태원특별법 통과가 총선 이후 협치의 물꼬를 틀 것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기대였다. 그랬던 기대감이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채상병 특검법을 놓고 산산조각이 난 셈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야가 각자의 스탠스(입장)가 있기 때문에 양보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라면서도 “아무래도 국민 보기가 부끄러운 일인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21대 국회가 ‘식물 국회’로 끝날까 봐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여권이 강하게 반발하는 데다 대통령실까지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만큼 21대 국회에서 여야의 간극이 더 좁혀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수회담을 계기로 물꼬를 튼 여야 간 소통이 다시금 단절되는 것이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거대 양당의 강 대 강 대치가 장기화하면 상임위 개최 연기는 물론, 여권의 본회의 보이콧 등까지 이뤄질 수 있단 전망도 있다. 21대 국회의 임기는 오는 2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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