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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통일은 결과인가 과정인가’ 질문 남긴 윤석열정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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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지운 ‘통일’을 복원했다.’

윤석열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자평이다. 현 정부는 전임 문재인정부 시기 대북정책에서의 ‘평화’ 강조가 ‘평화적 통일’이란 헌법 상 대통령의 책무를 ‘평화·통일’로 변질시켰다고 규정해왔다. 전임 정부가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에 ‘올인’하다시피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이라는 ‘결과’를 향한 노력보다는 북한 체제를 포함한 현상유지에 방점이 찍혔다는 인식이었다. 헌법 3조 영토조항과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 추진을 부쩍 강조한 것도 이때문이었다.

정부의 ‘통일’ 강조 메시지가 지난해 8월 한·미·일의 캠프데이비드선언에서 ‘자유로운 통일 대한민국’을 명시한 것으로 이어진 것은 현 정부가 추진해온 ’통일 외교의 꽃’이라고 자평한다.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통일’이라는 미래상을 강조하고 한반도 통일을 내심 견제하는 주변 4강 중 미·일의 지지와 동의를 분명하게 명시한 역대급 성과라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정책 노선은 정부 2년차에 들어서 본격화한 것이었다. 정부 출범 첫해 권영세 당시 통일부 장관은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중시하며 ‘이어달리기’를 강조했고 통일부도 산림협력 등 대북제재와 무관한 남북협력·민족공조 분야 발굴과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집권 2년차에 들어서면서 기조가 급반전됐다. 윤 대통령이 “통일은 갑자기 온다”며 단계론을 부정하고, 통일부에 “북한 간첩행위에 우리 국민이 넘어가지 않도록 대응심리전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이 중대 기점이었다. 이후 통일부는 국민을 상대로 한 ‘북한 실상 바로 알기’ 사업이나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임을 강조, 탈북민에 대한 의미 부여, 북한인권 및 북한 억류자 문제 해결 강조 등을 중점 추진했다. 통일부를 김영호 장관으로 교체하면서 총인원을 축소하고 외교부·국가정보원 출신도 통일부에 투입하는 등 조직개편도 했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2월 방영된 ‘KBS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역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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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외교와 대내 통일의식 고양, ‘탈북민의 날 제정’ 등 탈북민 지위 향상에 주력해오는 동안 그림자도 컸다.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됐고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 활동마저 ‘이적행위’ 취급을 받는 공포 분위기가 형성됐다. 남북 직통 통신선이 끊긴지는 13개월이 됐다. 파격적인 비핵화 공약이었던 ‘담대한 구상’에 대한 북한의 응답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통일’이란 결과는 강조됐지만 ‘과정으로서의 통일’ 측면은 증발된 셈이다.

문재인정부 시기 통일부 차관을 지낸 최영준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초빙교수는 6일 “현 정부는 남북관계에 관심이 전혀 없다”이라며 “북한을 철저히 무시하고 북한에 무관심하면서도 북한 때문에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밀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순적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평화와 번영 시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 균형을 상실했고, 북한 실상 알리기 등 대국민 캠페인성 정책은 국민이 갖고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한 혐오와 염증을 가중, 조장하는 역효과가 나면서 통일부가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국민의 외면을 받게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근혜정부시기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형석 대진대 교양학부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구조 등 국제적으로 진영논리가 강화돼 있는 여건 상 윤석열정부의 초기 대북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의 2년은 지난 2년과 달리 미국 대선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 등 세계적 구조변화 가능성이 있어, 완강했던 북한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북한이 중·러를 뒷배로 일정 부분 버티고는 있으나 2017년 대북제재 이후 북한경제가 곤두박칠치면서 한계에 도달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유인과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 여건을 활용해 ‘담대한 구상’을 실현하는 것이 향후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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