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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러, 비밀 파괴공작에 적극적"···냉전시대 스파이전 부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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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곳곳서 잇따르는 의미불명의 파괴행위

러 정부 지원하는 스파이 활동으로 분석돼

사보타주 외에도 해킹 등 사이버 공격도 가속화

"대담해진 푸틴이 세계를 압박하려는 목적"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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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유럽 대륙 전역에서 적극적인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를 계획하고 있다고 유럽 정보기관들이 경고했다. 사보타주란 스파이 등을 이용한 은밀한 폭탄 테러나 방화 등을 통한 기반 시설 파괴 행위를 의미한다.

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3개국의 정보기관을 취재한 결과 최근 러시아 정부가 직접 혹은 대리인을 통한 사보타주 행위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파괴 공작은 기반 시설 파괴에 집중돼 있어 민간인 사망자 발생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독일 정보기관인 연방헌법보호청(BfV)의 국내정보책임자인 토마스 할덴방은 “국가가 통제하는 사보타주의 위험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평가한다”며 “‘피해 가능성이 높은’ 유럽 영토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러시아의 파괴 공작으로 의심되는 행위들은 유럽 곳곳에서 일어나는 중이다. 독일은 최근 러시아를 대신해 독일 내 군사 및 물류 시설을 공격할 음모를 꾸민 혐의로 독일계 러시아인 2명을 체포한 바 있다. 영국에서도 4월 말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물품이 보관된 창고에 불을 지른 혐의로 두 남성이 기소됐다. 영국 정부는 사건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또 스웨덴에서는 최근 일련의 철도 탈선 사건이 발생했는데 보안 당국은 ‘러시아 정부 지원의 사보타주 행위’로 의심해 조사하고 있다. 체코에서도 철도 신호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러시아의 시도가 있었다고 의심되고, 에스토니아는 지난 2월 내무부 장관과 동행 기자들의 차량에 대한 공격이 러시아 요원들에 의해 자행됐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영국 싱크탱크 연구소 채텀하우스의 케이어 자일스 수석 연구원은 “러시아가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더 어설퍼져서 적발된 건이 많아진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서방 방첩기관의 탐지 능력이 높아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과거보다 명백히 활동 횟수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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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물리적 공격’이 늘어나는 것은 유럽과 미국의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배후로 추정되는 온라인 ‘흑색 선전’이 늘고 있는 현상과도 관계 깊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해킹과 소셜미디어 공작 등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려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 정보 당국 관계자는 두 활동을 별개로 봐서는 안 된다며 “푸틴은 현재 대담해졌으며, 허위 정보와 사보타주, 해킹 등 여러 전선을 통해 유럽 전역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하려는 러시아의 목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같은 공격성 강화는 소련 붕괴 이후 가장 심각한 좌절을 겪었던 ‘러시아 스파이’들이 재도약하려는 욕구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FT는 논평했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2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러시아에 의한 ‘하이브리드 활동’이 심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브리드 활동이란 해킹이나 허위정보 유출 등의 사이버 공격과 인프라 공격 등의 사보타주 등을 결합한 형태를 의미한다. 나토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는 “나토 영토에서의 악의적 활동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가 대서양 전역에 걸쳐 지속해 수행 중인 격화된 선전 활동의 일부"라고 러시아를 향해 경고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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