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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반도체 업황 예측불가 … 기업 설비투자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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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반도체는 설비투자, 배터리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극복이 과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2일 서울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시설투자를 얼마나 해야 하는지 등이 반도체업계 숙제"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최 회장은 "과거에는 기술 발달에 따라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시장 수요를 충족시켰는데, 지금은 반도체 미세화가 어려워지면서 기술로 해결이 안 되니 시설투자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공급을 늘리려면 반도체 라인을 더 건설해야 하지만 전부 반도체 회사 돈으로만 계속 투자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반도체 생산기반을 육성하고 싶어하는 국가들에서 보조금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한국도 시설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반도체 산업이 장사가 잘되거나 (투자 관련)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는 쪽으로 자꾸 흐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산업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는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정부 보조금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다만 정부 보조금 필요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보조금이 해외 투자의 직접적인 유인책이 되는지를 묻자 "보조금이 많은 것은 시스템 미비나 비싼 인건비 등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시스템은 아주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너무 나빴기 때문에 올해 상대적으로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 같은 현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반도체 시황) 롤러코스터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약 7조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엔 2조88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이익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것과 관련해선 "젠슨 황이 엔비디아 제품이 빨리 나올 수 있게끔 SK하이닉스가 연구개발(R&D)을 서둘러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고전하고 있는 배터리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퇴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전기차 캐즘으로 배터리와 소재 등 공급망 내 사업들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ESG 퇴조 트렌드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며 전기차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사업 재편 방향에 대한 질문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SK그룹은 다음달 확대경영회의에서 배터리 등 '사업 리밸런싱'을 점검할 예정이다. SK 주요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 사업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의 목표로는 '반기업 정서' 완화를 꼽았다. 그는 2021년부터 대한상의를 이끈 데 이어 지난 3월 연임하는 데 성공했다.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최 회장은 "기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신나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어디까지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회를 향해 "과거 기조대로 계속해서 가면 대한민국 괜찮은겁니까?"란 질문도 던졌다. 그는 지난 총선 결과로 기업에 불리한 환경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래도 여소야대였으니,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와 상관없이 저성장, 저출산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 재계와 시민사회가 모두 함께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들은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 최 회장 주장이다. 그는 "'내가 뭔가를 하겠다'고 생각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을 보면 경제적으로 어떤 임팩트를 주는지는 별로 생각을 안 할 때가 많다"며 "더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접근을 통해 포용적이고 합리적인 법과 규제 형태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도 사람들의 의견을 한목소리로 모아보는 일을 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과의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고객이고 판매처이고 협력처"라며 "차가운 이성과 계산으로 합리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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