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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習, 관세인하 선물 들고…中·佛 밀월 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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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기에 앞서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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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군 확보를 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엿새간의 유럽 순방 일정이 본격 시작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주석이 6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함께 3자 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은 유럽을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로 여기고 있다"며 "EU와의 관계를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의 프랑스 방문을 환영하며 "국제 정세에서 그 어느 때보다 유럽과 중국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대륙의 미래는 중국과의 관계를 균형 잡힌 방식으로 지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에 달렸다"며 "우리는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내 날카로운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장 접근, 공정한 경쟁 조건, 투자, 조화로운 개발과 같은 상업적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과 중국 간 무역에서 모두를 위한 공정한 규칙을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유럽과 중국은 상당한 규모의 경제 관계를 맺고 있으나 이런 관계는 국가 주도의 과잉 생산, 불평등한 시장 접근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EU는 전기차·태양광 패널·풍력터빈 등 무역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유럽은 지난 1월 중국의 중저가 전기차 수출 공세에 맞서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중국은 유럽산 브랜디 수입에 대한 조사로 응수했다.

외교 문제에서는 더욱 중국을 압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이 문제들에 관해 우리가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종식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할 결의를 다지고 있다"며 "유럽과 중국이 글로벌 이슈들에 책임감 있게 대응할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직접 유럽을 찾는 것은 이탈리아·모나코·프랑스 등 3개국 방문에 나섰던 2019년 3월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방문에는 대서양 동맹을 분열시키고 유럽 내에서 미국의 지배적인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유럽 순방 방문지로 프랑스·세르비아·헝가리를 택했다"며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 주도의 전후 질서에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는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에는 적극적인 국가들"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을 외교적·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격자형' 동맹 구축에 나선 가운데 유럽 내 우군들을 끌어안아 대응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프랑스 파리 오를리공항에서 이례적으로 '도착 연설문'을 발표하고 문화 대국으로서 프랑스의 강점을 부각하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그는 "동·서방 문명의 중요한 대표로서 중국과 프랑스는 오랫동안 서로를 인정하고 동경해 왔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유럽 순방에 앞서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피가로 기고를 통해 "중국은 세계에 더 많이 개방하고 프랑스 및 다른 나라들과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적극적인 경제협력 의사를 전했다. 이어 "프랑스의 질 좋은 농산물과 화장품이 중국 시장에 더 많이 들어오기를 바란다"며 관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 주석은 이어 7일부터 이틀간 세르비아를 방문한 뒤 헝가리로 향할 예정이다. 세르비아는 유럽에서 러시아와 함께 대표적인 친중 국가로 꼽힌다. 헝가리 수반인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극우 성향의 권위주의 정책을 펼치며 시 주석에 대해 강한 호감을 표시해 왔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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