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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피자라도 먹었으면"…폐지 판 돈 기부한 세 아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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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팔아 조금씩 모은 돈입니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어려운 애기 가정에 전달됐으면 합니다.”

어린이날 연휴에 폐지를 판 돈을 자신보다 어려운 가정에 전달해달라며 기부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날인 6일 오전 11시10분쯤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에 한 여성이 상자를 가지고 찾아왔다.

세계일보

사진=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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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은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다가오자 가지고 온 상자를 내려놓고는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홀연히 사라졌다.

‘이게 뭐지?’ 하며 확인하기 위해 상자를 열어보던 경찰관들은 내용물을 보고는 이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상자 안에는 라면과 과자가 들어 있었다. 또 ‘세 아이 아빠 올림’ 이라고 적힌 편지봉투 겉면에는 ‘어려운 애기 가정에 전달됐으면 한다’는 글도 적혀 있었다.

봉투 안에는 천원짜리 지폐가 30장 들어 있었고, 자필로 쓴 편지도 있었다.

글쓴이는 “첫째가 장애 3급이며 저희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폐지 팔아 조금씩 모은 돈으로 옷이랑 과자 현금 얼마 안 되지만 최대한 모은다고 한 달 동안 땀 흘리며 노력했는데 능력이 여기까지라 옷 사고 과자 사고하니 현금은 3만원 정도 밖에 못 담았다”고 적었다.

이어 “적은 금액이지만 받아주시고 많이 못 해 미안하다”며 “어린이날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돼 피자라도 사 먹었으면 한다”고 했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은 상자를 두고 간 여성이 지난해 부산 동구에서 발생한 화재 때 다쳤던 경찰관과 소방관을 위해 써달라고 폐지를 팔아 모은 돈 4만5000원을 이 지구대에 두고 간 사람과 같은 인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일보

사진=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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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추정되는 이들은 지금까지 덕천동행정복지센터와 지구대 등을 통해 지난해에만 일곱 차례 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학섭 덕천지구대 경감은 “지난번 기부 때에도 제가 근무 중이어서 인상착의를 보고 대번에 같은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매번 정성스러운 기부로 큰 감동을 받았다. 기부자의 바람대로 기부 물품이 어려운 아동에게 전달될 수 있또록 하겠다”고 말했다.

덕천지구대는 7일 덕천2동행정복지센터에 이날 받은 기부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부산=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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