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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유효상 칼럼] 왜 스톡옵션 인기가 시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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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개발자를 중심으로 무섭게 올라갔던 '판교밸리'의 평균 급여는 2021년 1억 원을 돌파했었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 침체와 경제 불황이 맞물리면서 행복했던 '잔치'가 끝나가는 느낌이다. 잔치의 주인공이었던 네이버, 카카오,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스타 IT, 게임 회사의 평균 급여가 작년에 1억 원 밑으로 내려왔다. 네이버가 전년 대비 9.2% 감소했고, 카카오는 19.5%나 줄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스톡옵션(stock option)이다. 평균 급여에는 '스톡옵션 행사 차익'도 포함되는데 작년에는 스톡옵션 행사 수량이 2022년에 비해 43% 가까이 급감한 것이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네이버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주로 36만~38만 원대, 카카오는 11만 원대로 알려졌는데, 46만 원을 넘었던 네이버의 주가는 5월 6일 현재 19만 원대, 17만 원에 육박하던 카카오는 4만 원대이다. 향후 실적이 반등하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미래 전망이 그렇게 긍정적이진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작년 상장사 스톡옵션 부여 규모는 9500억 원대를 기록하며, 2018년 이후 처음으로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 침체 여파로 스톡옵션 행사가격이 낮아진 데다 규모 역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전년 대비 26% 줄어든 것이며, 2조 6779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2021년과 비교하면 64%가량 급감한 수치다. 2019년 2000선을 오르내리던 코스피 지수는 2021년에는 3000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렸고, IT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우수인력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스톡옵션 부여 규모가 커졌지만, 최근 2년간 주식시장 부진 등으로 부여대상과 규모가 모두 급감한 것이다. 스톡옵션을 제공한 상장사는 2021년 336개사, 2022년 333사, 2023년 292사로 매년 줄고 있으며, 대상자 역시 2021년 1만 6227명, 2022년 1만 4314명, 작년 1만 474명으로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스톡옵션은 회사 발전에 기여한 소수 핵심인력에게 보상을 해주는 제도로, 1920년대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되었다. 회사의 과실을 함께 나누어 주인의식을 갖게 하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부터 시행되면서 급속히 확산됐고, 오늘날 스타트업 붐을 일으키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스타트업 몸값이 치솟던 시절엔 스톡옵션이 보상의 대세였다. 당장 가진 건 없어도 미래의 꿈을 팔 수 있는 스타트업들이 스톡옵션이란 '당근'으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철석같이 믿었던 IPO가 무기한 연기되고,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회사들이 속출하면서 몇 년 동안 학수고대하던 스톡옵션이 쓸모가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스톡옵션이라는 희망고문을 포기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몸값을 높이려는 직원들도 늘어나고 있고 있다.

한편, 스톡옵션의 아버지로 불리던 마이클 젠슨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젠슨 교수는 주인(주주)을 위해 고용된 CEO(대리인)는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정작 자신의 안위를 중심으로 경영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과적인 보상체계를 연구하여 '기업 이론: 경영자 행동, 대리인 비용 그리고 소유 구조'라는 논문을 펴냈다. 경영학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이 연구논문은 기업들의 보상 시스템을 바꾸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쳤으며, 해답은 스톡옵션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젠슨 교수는 스톡옵션에도 부작용이 있다며 자신의 이론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많은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스톡옵션을 도입했지만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각종 비리가 터져 나왔다.

예를 들면,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만을 추구하여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역효과를 가져오거나, 주가 하락으로 임직원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주가 등락에 따라 구성원 간에 희비가 엇갈리며 갈등 요소가 되기도 했으며, 경영 성과는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폭등하여 스톡옵션으로 인해 회사가 위기에 빠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심지어는 보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톡옵션 부여 시점을 조작하는 일도 일어났다.

금년 초에는 스톡옵션 부여에 관한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로 이미 지급됐던 스톡옵션을 반환하라는 법원 판결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무려 560억 달러를 물어내야 할 위기에 빠졌다. 과거 스티브 잡스는 이사회의 정당한 승인 없이 대규모 스톡옵션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이익을 높이기 위해 날짜를 조작하는 '백데이팅(backdating)'을 하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었다. 백데이팅은 스톡옵션 행사 차익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옵션 부여 날짜를 주가가 낮은 날로 조작하는 것으로 명백한 불법이다. 미국에선 수백 개의 기업이 백데이팅 스캔들로 조사를 받았으며, 100명 이상의 CEO가 이 때문에 해고되거나 사임했다고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에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후 한 달여 만에 경영진들이 스톡옵션을 대거 행사하면서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경영진들은 사퇴했으나 사회적 비판은 거셌다. 지난주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하이브와 자회사 대표 간의 갈등도 스톡옵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가 자회사를 설립할 때 대표를 대상으로 주식 매각과 스톡옵션을 부여했으나 자격 요건의 문제점으로 스톡옵션은 무산되었고, 작년에 맺은 주주간 계약 내용 중 풋옵션(put option) 행사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다툼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톡옵션은 아직도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대세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그래서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핵심인재를 유치하고, 장기간 근무하면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다양한 주식 보상 제도를 연구해 왔다. 그 결과 스톡옵션이외에 스톡그랜드(stock grant), RSU(restricted stock unit), RS(restricted stock), PSU(performance stock unit), 팬텀스톡(phantom stock), SAR(stock appreciation right) 등 이름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수많은 주식연계 보상제도가 등장했지만 각각 장단점이 있어서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보상체계는 아직 없다.

'보상에 의한 처벌(Punished by Rewards)'의 저자인 미국 심리학자 알피 콘(Alfie Kohn)은 보상이 오히려 동기부여를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애완동물과는 달리 우수한 인재를 움직이는 힘은 '당근과 채찍(보상 시스템)'이 아니라 스스로 일 자체를 즐기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보상 제도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좀 더 진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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