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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종신집권 길 연 푸틴 ‘차르 대관식’… 신냉전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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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취임식… 집권 5기 시작

불안정한 대내외 상황에 내부단속 고삐

친정체제 강화 위해 정부 개편 관측

5월 중 우크라 대공세 나설 가능성도

서방 위협 대응 전술핵무기 훈련 명령

한·미·일 공조 맞서 북·중·러 결속 다져

5월 중 중국행… 연내 北 방문할 수도

브릭스·중동 등 反서방연대 확대 모색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레믈궁 대궁전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임기 6년의 집권 5기 시대를 시작한다.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알리는 ‘현대판 차르(황제) 대관식’이 될 전망이다.

세계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에서 열린 그리스 정교회 부활절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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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새 임기 중 3년째 지속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불안정한 대내외 상황과 제재로 인한 경제적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 내부 단속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대선 승리 직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며 결집을 내세웠다. 그는 장기 집권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민생과 사회복지를 개선하고, 애국 교육 강화, 성소수자 배척 등 보수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취임 후 친정체제 강화를 위해 정부 개편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법에 따르면 대통령 취임일에 내각은 사임하고 대통령이 추천한 국무총리와 각 장관의 임명을 하원(국가두마)과 상원이 승인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상·하원에 “새 정부 구성에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내각 개편을 시사했다.

3년째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가 7일 취임식과 9일 전승절이 있는 이달 중 대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서방 지원이 주춤한 사이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를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최근 2주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노보바흐무티우카, 세메니우카, 베르디치 등 여러 마을을 장악한 데 이어 5일 도네츠크 오체레티네 마을도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 러시아군이 새로 장악한 영토 면적은 547㎢에 달한다.

푸틴 집권 5기에는 미국과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가 더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 하루 전인 6일 러시아 국방부는 서방 당국자들의 도발적인 발언과 위협에 대응해 러시아 영토를 지키고 주권을 보장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남부 지역에서 전술핵무기 훈련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훈련 기간 비전략 핵무기의 전투 임무 수행 준비와 사용을 연습하는 조치가 수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국 협의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중동, 아프리카와 외교를 강화하며 반서방 연대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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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공조에 대항하는 북·중·러 밀착으로 한반도 안보에 먹구름은 더 짙어질 공산이 크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 후 이달 중순쯤 첫 해외 순방지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하며 결속을 재차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이 올해 북한 방문에 나설 움직임도 관측됐다. 그는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응했고 현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거래 의혹을 받는 러시아와 북한은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과학, 농업, 보건, 교육, 청년, 관광, 문화 등 전방위로 교류를 확대하며 밀착하고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엔 제동을 걸지 않았던 러시아는 지난 3월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활동 연장안에 대한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활동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는 만큼 한국과의 관계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에서 한국인 선교사가 간첩 혐의로 구금되고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한국 공연이 취소되는 등 양국의 불화가 표출됐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이도훈 주러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서 “양국 협력이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 궤도로 복귀할지는 한국에 달렸으며 러시아는 준비돼 있다”고 말해 최악의 상황은 피하려는 모습은 감지되고 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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