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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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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러 석유 제재 실효 없자 ‘가스 3국 수출’ 제재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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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러시아 북서부 타조프스키 지역의 야말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타보프스키/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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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한 러시아산 석유 수출 통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유럽연합(EU)이 러시아 가스 제재 방침을 꺼내 들었다. 유럽연합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대폭 낮췄지만, 가스에 대한 제재는 그동안 피해왔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6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가 유럽을 거쳐 제3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막는 제재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이 제재안은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의 14차 제재의 일부로 8일부터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집행위원회의 제재안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지만 수입된 가스를 제3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러시아가 가스의 제3국 수출을 위해 유럽연합 내 항구 시설과 금융,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럽연합 회원국의 러시아 가스 사업 신규 참여도 금지된다. 집행위원회는 “이런 조처는 러시아의 가스 생산 능력 확대를 제한함으로써 러시아의 가스 수출액이 느는 걸 억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안은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 수출 방식에 큰 변화를 강요하면서 최대 20억유로(약 2조9200억원)에 이르는 매출 차질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이는 러시아 가스 업계가 지난해 거둔 수익의 28%에 해당하는 액수다.



러시아는 아시아에 대한 가스 수출을 위해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를 주요 경유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나라를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러시아는 아시아에 대한 가스 수출을 위해 북극해 항로를 새로 개척해야 한다.



에너지 정보 분석 기업 크플러의 가스 전문가 로라 페이지는 “그들이 유럽에서 가스 운반선을 옮길 수 없게 되면, 빙하에 대응할 수 있는 운반선을 구해 훨씬 더 긴 항로를 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송 거리가 길어지면 러시아 북서부 가스 주요 수출 지역인 야말에서 가스를 수출하는 물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이 러시아 가스를 제재 대상으로 겨냥한 것은 전략의 큰 변화로 꼽힌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대폭 줄였지만 가스에 대한 제재는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의 반발 등을 의식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2월 유럽연합과 서방 주요 7개국 등이 시행에 들어간 러시아 원유 수출 가격 상한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게 분명해지면서 유럽연합 내 기류 변화가 나타났다. 가격 상한제는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팔리는 러시아 원유의 수송은 물론 해상 보험 등 운송 관련 서비스 제공도 금지하는 내용인데, 러시아는 국적이나 소유 관계가 불분명한 운송선들을 동원해 이런 제재를 피하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등은 러시아산 가스 제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헝가리는 그동안 러시아 가스에 대한 어떤 제재도 반대해온 만큼, 유럽연합의 제재안 논의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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