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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서울시 네 번 거절해도 축제 연다”···퀴어퍼레이드 종각 일대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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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홀릭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왼쪽 첫번째)이 7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연다고 발표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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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광장 대신 도심 도로 위에서 열린다. 퀴어퍼레이드를 포함한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23일간 진행된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는 7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오는 27일부터, 제25회 서울퀴어퍼레이드는 다음달 1일 서울 남대문로 및 우정국로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퀴어퍼레이드의 경우 서울광장 사용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불허됐다고 전했다. 조직위는 “6월이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이라는 점을 고려해 6월 첫날로 행사 날짜를 결정했지만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서울퀴어퍼레이드는 2015년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개최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홀릭 조직위원장은 “조직위는 서울시로부터 서울광장 사용을 비롯해 네 번의 장소사용 불허를 당했다”며 “서울광장뿐 아니라 시민청,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서울역사박물관까지 4개 부서가 조직위의 행사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거나, 첨예한 갈등을 유발한다거나, 운영과 관람을 방해하는 행사라는 이유를 대며 대관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지난 3월 조직위가 퍼레이드 개최를 위해 낸 서울광장 사용 신청에 대해 “해당 날짜에는 책광장 행사가 결정돼 있다”며 불허를 결정했다.

조직위가 준비한 퀴어 인권 관련 행사에 대해서도 장소 대관 불허 조치가 이어졌다. 조직위는 지난달 4일 서울퀴어문화축제 25회 기념 강연회를 개최하기 위해 서울시 공익활동지원센터에 대관 신청을 했지만 반려됐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달 12일엔 퀴어문화축제 관련 토론회 개최를 위해 시민청의 대관 승인을 받았지만 행사 일주일 전 대관 취소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23일에는 서울역사박물관으로부터 “사회적 갈등 유발이 우려되는 행사로 박물관 운영 및 관람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강연회 장소 대관이 불허됐다. 조직위는 연달아 이어진 장소대관 불허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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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1일 오후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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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릭 위원장은 “퀴어문화축제를 향한 혐오세력의 고성, 폭언, 소란, 난동, 폭력, 상해는 사회적 갈등이 아닌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일방적 폭력”이라며 “서울시가 막아야 하는 것은 약자에게 일방적 폭력을 행하는 혐오세력이며, 이러한 시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서울시 역시 혐오세력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현주 서울퀴어퍼레이드집행위원장은 “행정당국의 갖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15만명이 찾아오는 민간 최대 규모의 축제로 거듭났다”며 “남대문로와 우정국로 일대에 찾아와 그곳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경찰과 조율을 통해 구체적인 행진 경로를 확정지을 계획이다.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대관 차별을 대비해 플랜B를 세워야 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겪는 심각한 차별”이라며 “이미 우리 법원은 수차례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차별과 방해의 위법성에 대해 판시해왔는데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의 차별적 행정이 고쳐지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예스, 퀴어!(Yes, Queer!)’다. 조직위는 “서울시로부터 네 번의 NO(거절)를 들었지만 퀴어들은 거절한다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성소수자를 두고 던지는 ‘예 아니오’ 질문 자체가 사라지는 사회가 될 때까지 조직위는 축제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축제 기간에는 한국퀴어영화제, 온라인퀴어퍼레이드, 레인보우 굿즈전, 국제강연회 등이 열린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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