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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예산도 준비된 '육아휴직 연장법', 여야 '채상병 특검' 대치에 폐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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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육휴 2년→3년 연장' 등 모성보호 3법
여야 이견 없고 예산도 준비... '국회 마비' 불똥
국민들 "희망고문" 발 동동... 政 "협조 절실"
한국일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자리가 비어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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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합산 육아휴직 기간 3년으로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모성보호 3법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채 상병 특별검사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반발해 국민의힘이 상임위 회의에 불참하면서다. 저출생 문제 해소를 위해 시급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데 여야 이견이 크지 않고 정부 예산까지 준비됐지만, 정쟁 때문에 법안 통과를 기대한 국민들만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7일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93건의 소관 법률을 상정했다. 하지만 채 상병 특검법 본회의 강행 처리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여당 의원들과 정부 관계자가 불참하면서 '반쪽' 회의가 됐다. 환노위원장인 박정 민주당 의원은 "채 상병 특검이 실시되면 지구 환경이 파괴되거나, 노동자 삶이 추락하느냐"며 "특검과 환노위가 무슨 관계라고 정상적 의사 진행을 저지하느냐"고 여당을 비판했다.

30분간 진행된 이날 회의는 대부분 정부·여당을 성토하는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만 들렸다. 이날 상정된 법안은 고용노동심사소위와 환경법안심사소위에 각각 회부됐지만, 여야의 대치 상황이 이어질 경우 21대 국회 임기 종료인 29일 자동 폐기될 공산이 크다.

특히 '모성보호 3법'의 처리가 지연될 경우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환노위에는 △부모의 육아휴직 기간을 자녀 한 명당 '각각 1년 총 2년'을 '각각 1년 6개월 총 3년'으로 확대(남녀고용평등법·이주환 의원 발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신청 가능 자녀 연령 상한을 8세에서 12세로 확대, 난임치료 휴가를 3일에서 6일로 연장(남녀고용평등법·고용부 발의)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지급 기간을 '최초 5일'에서 '10일 전체'로 연장(고용보험법)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신청 가능 기간을 '임신 후 36주 이후'에서 '32주 이후'로 확대(근로기준법)하는 모성보호 3법이 계류 중이다.

시대적 과제인 저출생 해결을 위해 여야 모두 법 통과 필요성엔 이견이 없다. 심지어 고용부는 올 하반기 즉각 시행을 전제로 이미 육아휴직급여 예산 1조9,869억 원(지난해 대비 2,905억 원 증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관련 예산 1,490억 원(553억 원 증가)도 편성했다. 여야 간 정쟁으로 필수 법안의 통과가 가로막히고, 정부 예산 집행 차질까지 빚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환노위엔 이 외에도 '임금체불방지법(근로기준법)', '폭염법(산업안전보건법)' 등이 계류돼 있으나 역시 자동폐기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법안 처리 지연으로 애가 타는 건 국민들이다. 국회 환노위 온라인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모성보호 3법의 처리를 촉구하는 청원글이 40건 이상 게시됐다. 한 시민은 이날 "국가 소멸 위기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현실에서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정책 개정안(육아휴직 기간 연장)도 계류 중"이라며 "희망고문을 멈추고 하루빨리 개정해달라"고 적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1대 처리가 불발돼 22대에서 재발의해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차질이 클 것"며 "소위가 열려 3법이 처리되도록 여야 협조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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