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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가 민정수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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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민정수석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소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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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깨고 신설한 대통령실 민정수석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김 수석은 검찰 재직 당시 대표적인 ‘정치검사’로 꼽혔던 인사다. 특히 박근혜 정권 때 ‘세월호 참사’를 수사하는 일선 수사팀에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당시, 민정수석이 사정기관을 장악해 권력을 남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민심 청취 기능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민정수석실을 부활시켰다. 그런데 검찰, 그것도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를 앉혀 어떤 민심을 듣겠단 말인가.



김 수석은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4년 11월 세월호 사건 수사 당시 해경 관계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업과사)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메시지’를 대검과 일선 수사팀에 전달한 인물로 지목됐다. 박근혜 정권은 해경 관계자에게 업과사 혐의가 적용되면 정권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앞세워 이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김 수석은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 등 박근혜 정권 내내 요직을 지냈다. 2021년 1월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은 황 전 장관과 김 수석 등을 소환 조사도 않고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 의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부실 수사’였지만, 김 수석이 그만큼 절묘하게 ‘일’을 처리했음을 방증한다. 윤 대통령은 이런 능력을 높이 산 것인가. 김 수석은 앞서 이명박 정권 때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수사를 지휘해 민주당의 반발을 산 적도 있다. 한 전 총리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긴 했지만, 검찰의 강압수사와 진술조작 의혹이 제기됐었다. 가뜩이나 지금 검찰이 민주당만 겨냥한 수사로 야당 반발이 거센데, 민정수석에 이런 경력을 지닌 인사를 임명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김 수석은 박근혜 정권 초기인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때도 구설에 올랐다. ‘원칙적인 수사’를 강조한 채동욱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던 황 장관의 메시지를 수사팀에 전달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검찰 선배이자 상관인 김 수석을 탐탁지 않게 여긴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지금 김 수석을 낙점한 것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김 수석을 통해 검찰을 바짝 틀어쥐겠다는 발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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