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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철도 지하화, ‘치적쌓기’ 피하고 사업성 면밀히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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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철 1호선 서울 월계역 지상철도 구간. 노원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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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대상 사업 선정을 위한 지침(가이드라인)과 세부 평가 항목을 7일 공개했다. 정부는 철도 지하화를 원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사업 계획을 접수해 올해 말 1차 선도 사업을 선정할 예정인데, 해당 사업 계획이 필수적으로 담아야 할 내용과 평가 기준을 미리 밝힌 것이다.



철도 지하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5일 민생토론회에서 제안한 뒤 여야 모두 총선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여야는 이미 지난 1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철도 지하화 개발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은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철도지하화특별법)을 의결했다. 내년 1월 말 시행되는 이 법에 따르면, 정부는 국유재산인 철도 부지를 현물 출자하고, 국가철도공단(옛 한국철도시설공단·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이를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한다. 철도 부지를 담보로 공채를 발행해 사업 비용을 조달한 뒤 상부 개발 이익을 통해 회수하는 구조다.



지상철도는 도시가 발달함에 따라 도시를 절단하게 돼 통행과 토지 이용에 불편을 주고, 도시 미관을 해치며, 소음과 분진 등 각종 피해를 낳게 된다. 그래서 경의선 도심 구간처럼 철도 지하화가 도시민들에게 큰 편의를 제공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정부는 전국 철도 지하화에 드는 비용이 50조원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실제론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든다고 봐야 한다. 서울시내 지상철도 지하화에만 45조원가량이 필요하다는 서울시 연구 결과도 있다. 민주당은 1㎞당 4천억원, 전체 80조원가량 들 것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국토부도 관건은 사업성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공약을 의식해 낙관적으로 계획을 짜다 보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상부 개발 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특별법 통과로 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사업 주체가 되면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피하게 됐다. 단체장이 치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자칫 철도 지하화는 자금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재정 투입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은 최종적으로 정부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고려 없이 사업성만을 면밀하게 따져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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