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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美∙英∙日 보이콧 와중에…푸틴 '대관식'에 대사 보낸 정부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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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취임식에 이도훈 주러시아 한국 대사가 참석했다. 상당수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이 푸틴의 '대관식'으로 불리는 이번 취임식에 '보이콧'을 결정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그간 지향해온 ‘가치 외교’ 기조와는 다소 결이 달라 보이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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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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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대사 참석…"관계 고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 대궁전 안드레옙스키홀에서 진행되는 푸틴 대통령의 5연임 취임식에는 한국 정부를 대표해 이 대사가 참석했다.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취임식에 비우호국을 포함한 모든 러시아 주재 외교 공관장을 초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일본, 캐나다는 일찌감치 불참을 결정했다. 영국과 상당수 유럽연합(EU) 국가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이유로 정부 대표를 보내지 않았다. 반면 프랑스, 헝가리, 슬로바키아 측은 취임식에 참석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러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내 한국 기업의 활동과 교민 보호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엔 대러 관계를 꾸준히 관리해둬야 장기적으로 한국 외교의 레버리지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뤄진 다양한 국제사회의 대러 압박 조치에 동참하면서도 한·러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지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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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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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밀착 여전한데…잘못된 신호 우려



다만 러시아가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등 침략 행위를 이어가는 데다 전쟁 과정에서 북한과 '선 넘은 밀착'을 계속하며 한국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고위급 정부 인사를 푸틴의 5연임을 축하하는 자리에 보내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여러 뒷말이 나올 소지가 있다. 러시아는 북한산 포탄, 탄약,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하고 있고, 반대급부로 북한에 군사정찰위성 기술 등을 이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3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자로 종료됐다. 대북 제재 감시탑 격인 패널의 붕괴는 북한의 직접적 위협 하에 놓인 한국엔 뼈아픈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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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 더 연장하기 위한 결의안 표결을 진행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유엔 웹티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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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 관계에서 실리는 챙겨야 하지만, 정부의 이번 결정이 그간 지향해온 가치외교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러시아와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한·러 관계를 고려해 취임식 자체를 보이콧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참석자의 급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선택지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이 대선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인 87.28%로 5연임을 결정지었을 때도 정부는 침묵했다. 당시 외교부는 "러시아의 최근 선거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자 한다"며 "한·러 양국은 상호 관계를 관리하려는 데 공동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이 "러시아 대선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며 한목소리로 규탄한 것과는 다른 기조였다.

이와 관련, 이번에 취임식에 참석하는 국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과는 외교 기조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는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나서서 "미국에 의존하지 말자"며 전략적 자율성을 외치고 있으며,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친러 성향이 강한 국가로 분류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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