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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대선 공약까지 깨면서 복원시킨 민정수석실, 배경은? [尹대통령, 민정수석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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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민심·소통’ 무게… 공약 번복 부담·‘왕수석’ 재현 우려도

민심 정보 수집·분석업무 수행 기관

DJ도 폐지했다 취임 2년 만에 부활

金 수석, 朴정부 때 법무차관 등 지내

“민심 가감없이 청취… 국정운영 반영”

與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설치한 것”

野 “사정기관 장악력 높이려는 의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민정수석실을 복원하면서 대통령실은 3실(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6수석(정무·홍보·시민사회·경제·사회·과학기술) 체제에서 민정수석이 추가된 ‘3실·7수석’ 체제로 몸집을 키우게 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이 사정기관을 장악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데 악용돼왔다는 이유를 들어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세운 바 있다. 당선 후 정부 출범 당시에도 이 같은 공약을 반영해 기존의 ‘3실·8수석’ 체제였던 대통령실을 ‘2실·5수석’ 체제로 축소하고 ‘슬림한 조직’을 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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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브리핑장 찾은 尹… ‘쇄신행보’ 의지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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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던 민정수석실 폐지를 번복하고 민정수석을 신설한 것은 4·10 총선 패배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민심 청취 기능이 약했다는 비판이 잇달아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총선 패배를 계기로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이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민정수석실은 민심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언급했듯 과거 김대중정부에서 폐지됐다가 부활한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을 축소하기 위해 출범 당시 민정수석실을 법무비서관으로 대체했지만 한 재벌가 부인이 검찰총장 부인의 옷값을 대납했다는 이른바 ‘옷 로비 사건’ 의혹이 발생해 민심이 악화하자 민심 청취 목적으로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킨 바 있다.

신임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은 서라벌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8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8기)에 합격했다. 대검찰청 혁신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검찰국장 등 법무부와 검찰 내 요직을 역임했다. 특수통보다는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에는 법무부 차관직을 수행했고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냈다. 2017년 공직을 떠난 뒤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에서 변호사로 일해왔다.

김 수석은 이날 인선 발표 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그동안 민정수석실을 역대 정부에서 쭉 운영해 왔었는데 민심 청취 기능이 부족하다는 그런 말씀들이 계속되고 있어서 저는 앞으로 가감 없이 민심을 청취해서 국정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공직기강, 법률비서관실의 업무가 이관될 것이기 때문에 각 정책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편함이나 또는 문제점 이런 것들이 있다면 그런 것들이 국정에 잘 반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 설명대로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은 신설되는 민정수석실 산하로 이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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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차관의 임명을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 출신의 민정수석이 사정기관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이날 인선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종전에도 공직기강 업무와 법률 업무가 서로 따로 도는 것보다 비서실장이 법률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둘을 조율하는 수석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며 “아무래도 민심 정보라고 하지만 결국 정보를 수집하고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보를 다루는 부서는 법률가가 지휘하며 정보 자체가 법치주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이 앞선 정부에서와 같이 사정기능을 주로 수행할 것이라는 우려에 선을 그었다. 민정수석실의 기능은 앞으로 협의해나갈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사정기능이나 인사 검증기능 등을) 협의해서 만들려고 한다”며 “민정수석의 경력을 보면 수사도 했지만 대부분이 기획 업무다. 조직을 어떻게 이끌지 명확한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공직기강비서관실, 법률비서관실, 민정비서관실 정도로 구성할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민정수석실 부활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 설치한 것이며, 가감 없이 민심을 청취해 국정 운영에 반영하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평가했다.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민정수석실 신설의 모든 초점은 오직 소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지난번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 회동에서도 민심 청취의 한계에 대한 의견에 공감하며 민정수석실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기에 여러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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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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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며 “박근혜 정권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말과 글, 법으로 안 되니 ‘검칼’로 직할 통치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비참한 최후, 비극적 종말이 시작된 느낌? 박근혜 때처럼”이라는 글을 적었다. 정의당 강민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의혹 많은 검사 출신 인사로 ‘인의 장벽’을 치는 것이 ‘박근혜 정권식’ 인사”라며 “윤 대통령의 인사가 박근혜 정권의 인사를 쌍둥이처럼 따라간다면 그 끝도 박근혜 정권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주이삭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대통령 가족 관련 의혹이 많은 만큼 유명무실해진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배수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에 신설된 민정수석은 ‘궁여지책방탄수석’”이라며 “‘우병우 시즌 2’의 결말도 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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