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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윤 “민심 듣겠다”며 민정수석 살렸지만…‘사법리스크 방어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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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민정수석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소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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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민정수석실을 신설하고,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지명하며 내세운 명분은 ‘민심 청취’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는 이날 윤 대통령이 공약을 뒤집고 민정수석실을 신설한 것에 대해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고,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려는 의도”라고 일제히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김 신임 수석 임명 사실을 알리며 “지난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할 때도 야당 대표단이 민심 청취 기능에 대한 지적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역기능을 우려해서 법무비서관실만 두셨다가, 결국은 취임 2년 만에 민정수석실을 복원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정수석실 설치는 민심을 잘 들으려는 조치이자 그간 야당과 언론이 지적해 온 내용을 수용한 것인 한편, 역대 정부가 예외 없이 운영한 조직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설명은 그리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정작 민심 청취 기능을 하는 시민사회수석실은 현재 공석”이라며 “(국회·시민사회 등과 소통하는) 시민사회수석 기능 강화 등을 통한 민심 청취가 충분히 가능함에도 민정수석을 부활시켰다”고 꼬집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민정수석을 통해 민심을 청취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정기관들을 앞세워 여론동향이라도 파악할 셈이냐”고 비판했다.



야당과 시민사회에서 이런 반발이 나오는 이유는 역대 민정수석의 역할 탓이다. 공식적으로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기능을 맡았지만, 무게중심은 대체로 ‘민심 청취’보다 ‘사정기관 지휘’에 기울어있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도 당선인 때인 2022년 3월14일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 폐지를 공약하고 이를 이행하자, 정치권에선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민정수석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부활시키고, 그 아래에 민정비서관(신설)·공직기강비서관·법률비서관을 두기로 하면서, 윤 대통령은 공약 뒤집기 비판은 물론 스스로 문제라고 꼽았던 ‘사정기관 장악’ 논란을 자초하게 됐다. 특히 김 신임 수석은 사법연수원 18기로, 이원석 검찰총장(27기)보다 9기수 검찰 선배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검찰의 특성상, 민정수석을 통한 대통령실의 검찰 통제가 손쉽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민정수석이) 실질적으로 사정기관을 관장하고 수사 내용을 미리 받아보는 역할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과거의 민정수석실과 검찰의 관계로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 같다. 민정수석이 검찰 인사에도 힘을 많이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요즘 젊은 검사들이 (그런 분위기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살려낸 의도가 “검찰 장악을 통해 가족을 사법 리스크에서 구하”려는 것(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이라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4·10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윤 대통령을 겨냥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 국회 통과 △검찰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 전담팀 구성 △22대 국회에서 주가조작 의혹 등 김 여사 관련 특검 추진 예고 등 압박 강도가 높아지자,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을 민정수석에 앉혀 사정기관을 장악하고 사법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민정 정의당 대변인은 “대통령 일가와 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방어하는 데 이만큼(김 수석만큼) 검증된 인물이 없을 것”이라며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정 기능 통제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뻔한 인사수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해야 될 문제이지, 제 문제를, 또 저에 대해서 제기된 게 있다면 제가 설명하고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희용 국민의힘은 수석대변인도 “민정수석실 신설의 모든 초점은 오직 ‘소통’”이라며 “가감 없이 민심을 청취해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환영했다. 비윤계인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정수석실과 함께 되도록 빨리 (김건희 여사를 공식적으로 담당하는) 제2부속실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애초 민정수석을 폐지하면서 법무부에 넘겼던 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이나, 특별감찰관·제2부속실이 없어 사실상 방치돼온 친인척 관리 기능을 되가져올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협의해서 만들려고 한다”고만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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