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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정부 “배정위, 회의록 작성 의무 대상 아냐…법원 제출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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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회의록 공방 2탄

“보정심 회의록 확인… 혼선 송구

의료계, 복지·교육부 장·차관 고발

“정부의 회의록 미작성, 직무유기”

부산대 ‘의대증원’ 학칙 개정 부결

2000명 의대 증원 및 대학별 정원 배분의 근거로 법원이 요구한 ‘의대정원배정위원회’(배정위) 회의록이 의·정 갈등의 쟁점이 되고 있다.

정부는 7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 제출 방침을 밝혔지만, 배정위 회의록 제출 여부는 위원들의 신상 공개 등을 이유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참여하는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내용은 회의록 대신 보도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의사들은 이날 정부가 주요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며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세계일보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왼쪽 네번째)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와 이들의 법률대리인 이병철 변호사가 7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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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으며, 서울고등법원의 요청에 따라 회의록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보정심 회의록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것을 두고는 “(회의록 유무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 조금 부정확하게 나갔던 것 같다”며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 최종적으로 정리된 정확한 입장이다. 혼선을 초래하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현안협의체의 경우 공공기록물관리법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체가 아니며,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상호 협의하에 보도자료와 사후 브리핑을 통해 회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당시 기자들에게 배포했던 보도참고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배정위, 보정심, 의사인력전문위 회의록 중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배정위 회의록이다. 정부는 배정위 역시 공공기록물관리법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배정위는 전국 40개 의대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고 지역거점 국립대, 정원 50명 이하의 미니의대를 중심으로 늘어난 2000명의 정원을 분배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 3월15일 첫 회의 후 닷새 만인 같은 달 20일 대학별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배정위 위원들의 명단과 회의내용은 물론 회의 장소와 횟수 등도 극비에 부쳐졌다.

이에 의사단체 등 의료계에서는 ‘깜깜이 밀실 야합’이라는 비난이 일었고, 닷새 만에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배정위 개최 이전에 이미 의대별 정원 배분이 다 돼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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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배정위 회의는 속기록이 아닌 요약본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원이 요청한 사항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응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요약본을 제출할지는 미지수다.

분당차병원 사직 전공의 정근영씨와 의대증원 관련 소송들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경기 과천 공수처 앞에서 고발장 접수 전 기자회견을 열고 “보정심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심의할 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이고, 폐기했다면 공공기록물 은닉·멸실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에 “만약 회의록이 없으면 없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모든 것을 백지화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길 바란다”고 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최근 세종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서울 ‘빅5’ 병원으로 옮겨 수술받은 문화체육부 소속 고위 공무원과 이에 가담한 복지부 공무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세계일보

서울고법 앞 ‘의대 증원 반대’ 화환 빼곡 7일 정부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하는 서울고등법원 앞 인도 벽면에 ‘의대 증원 반대’ 메시지를 담은 화환 30여개가 놓여 있다. 화환에는 ‘의학교육 현장을 사법부가 지켜달라’, ‘재판부에서 현명한 최종 판단을 내려주길 간절히 바란다’는 의료계의 요구가 적혀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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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는 이날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부산대는 이날 오후 대학본부에서 차정인 총장과 오세옥 의대 교수협희회장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무회의를 열고 의대 증원을 내용으로 한 ‘부산대 학칙 일부 규정안’을 심의한 결과 부결했다고 밝혔다. 부산대 관계자는 “교무위원들은 의대생 집단 유급 위기, 전공의 부재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대학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했다”고 전했다. 차 총장은 이 자리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논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전공의 사직 등 의료공백 상황에서 정상 진료를 받은 췌장암 환자가 10명 중 3∼4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협의회에 따르면 설문 대상 189명 중 ‘정상적으로 진료를 받았다’고 답한 인원은 66명(34.9%)이었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외래·입원·항암치료 지연 등 1가지 이상(중복응답 가능)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우·정재영·조희연 기자, 부산=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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