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공감]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가정의달, 우리는 지금 행복할까? 5월에 집중된 온갖 가족 관련 기념일들은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행복을, 불행한 사람들에게는 더 불행함을 안겨준다. 이 불행함이 안타깝게도 우울과 연결되고, 그 우울감이 치유되지 않고 쌓이면 우울증이 된다. 우울증 환자가 2023년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모두 어떻게 발병하는 것일까?

코로나19 시기 급증한 우울증 환자는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기회를 얻지 못한 10대와 청년들이었고, 이들의 우울증 진료 비율은 2019년에 비해 2022년 30% 늘었다고 보고되었다. 반면 코로나19가 끝나고 증가한 우울증 환자는 경제적 여파를 견뎌내다 지친 중장년들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와 자살에 관한 경찰청 추정치를 보면 중장년 우울과 자살이 작년에 20% 가깝게 늘었다. 더욱이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늘어난 20대 남성들의 자살은 전세 사기를 포함한 코인, 주식 등의 이슈와 그 시기를 같이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들은 이런 우울증 환자의 증가와 사회적 사건들의 연관을 증명하고 있다. 개인의 의지나 조건, 환경에 따른 발병만큼이나 사회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여 우울증이 발생하고 있다.

작가 마크 맨슨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한국을 여행했다”고 유튜브를 통해 알렸고, 본인이 탐색한 한국 우울증의 원인은 “가부장적 유교제와 자본주의의 나쁜 점들이 극대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캘리포니아 법대 조앤 윌리엄스 교수는 한국의 초저출생 현상을 보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고 교육방송(EBS)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옥스퍼드대학 데이비드 콜먼 명예교수는 “한국은 가장 빨리 소멸될 민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기존의 가치를 버려야만 소멸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 국장, 다트머스대 총장 그리고 세계은행 총재를 역임한 김용은 “K멘털에 빨간 신호가 왔다”는 큰 우려와 함께 “자살, 우울 그리고 초저출생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나라 밖에서 여러 통계와 구성원들의 행동과 관련한 다양한 현상들을 관찰한 학자와 작가들은 한국사회가 위험한 길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해외 언론은 한국 정부와 정치인, 전문가들이 시민들의 회복탄력성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타임지의 한 기자는 한국 정부의 우울과 자살에 대한 인식 부족과 부실한 대책에 놀라며, 예산 부족과 중앙집권적 운영에 큰 우려를 표했다. 뉴욕 타임스 기자 또한 한국사회의 우울, 자살, 저출생에 대한 이슈를 사회가 아닌 개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긴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한국의 우울과 자살, 저출생, 4b(비혼, 비연애, 비섹스, 비출산) 행동, 은둔과 고립 등은 이제 국제적 관심사인데, 정작 우리 정부와 정치, 그리고 건강 이슈에서는 핵심적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말한 자기 객관화의 고등지식, 즉 자신의 모습을 보는 데 실패하고, 프로이트가 말한 부정의 상태, 즉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방어기제로 눈을 가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정말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상태가 아닌지 우려된다. 전쟁 사망자보다 더 많은 자살자 수, 무기력, 은둔, 고립, 그리고 결혼·출산·사랑마저 포기한 수십만 청년들이 정책의 중심에서 보이지 않는 나라. 위험한 순간,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 타조처럼 행동하지 않고, 각자도생의 경쟁적 야만에서 벗어나 행복의 길로 우리는 갈 수 있을까?

지금은 불행해도 미래가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이 5월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버틸 수 있을 텐데, 마침 새 국회가 5월 말 문을 연다. 우울, 자살, 저출생, 은둔과 고립 등 경계선에 서 있는 많은 국민들의 사회적 우울증을 치유하는 국회로 시작하길 바란다.

경향신문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국회의원 선거 결과, 민심 변화를 지도로 확인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