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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주택’에 울고 ‘해외’서 웃은 건설업계… 사업 다각화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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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양극화에 수익모델 재점검

국내 건설경기 침체 ‘탈주택’ 대세

주택 주력 건설사 영업이익 급감

해외사업 비중 늘린 건설사 호조

현대·삼성물산 두 자릿수 성장세

글로벌 인프라 사업 새 대안 부상

일부, 건설외 새 먹거리 개발 나서

“예전에는 주택을 지으면 영업이익이 20∼30%대였는데 요새는 10%를 넘기기 어렵다. 주택 건설 호황기는 끝났다. 대형건설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세계일보

지난 3일 남산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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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판에서 30년 이상 잔뼈가 굵은 중견 건설사 임원이 7일 이렇게 말했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장기화로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대형건설사들의 ‘탈(脫)주택’ 행보가 가속하는 모양새다. 이 기회에 자금력·기술력을 갖춘 대형건설사가 글로벌·친환경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건설경기, 특히 주택 부문 침체가 장기화하자 주요 회사는 새로운 길 모색에 나섰다. 해외 인프라 사업 진출 확대가 대표적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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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2019년 33%에 불과했던 해외 사업 매출액 비중을 지난해 48%까지 끌어올렸고,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해외건설 수주 1위를 달성했다. 현대건설도 2020년 34.8%였던 해외 사업 비중을 지난해 40.1%까지 늘렸다.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린 긍정 효과는 올해 실적에서 확인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5440억원, 33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4%, 15.4%씩 증가했다. 현대건설도 연결 잠정 실적 기준 매출 8조5453억원, 영업이익 250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1.7%, 44.6% 늘었다. 두 회사 실적은 상대적으로 국내 주택 사업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 다른 대형건설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곤두박질친 것과 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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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세계적으로 인프라 사업에 대한 수요가 많고 글로벌 투자자금도 인프라 사업에 눈독 들이고 있다”며 “막대한 자금 융통, 긴 시공 기간, 높은 기술력 모두 감당할 수 있는 대형건설사가 이처럼 돈이 몰리는 곳에 뛰어드는 것이 건설사 생존은 물론 국부 창출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국내 주택사업 중 대형건설사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재개발·재건축 정도일 텐데 물량이 많지 않을뿐더러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새 먹거리를 적극 찾아 나선 건설사도 업계 주목을 받는다. 환경·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SK에코플랜트가 대표적인 회사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1곳에 불과했던 국내 환경사업 자회사를 지난해 24곳으로 늘렸다. 이 회사는 수처리부터 소각, 매립 등 친환경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기존 업역과 관련이 작은 만큼 상대적으로 사업성 확인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익모델 다각화에 따른 위험 분산 및 신규 성장동력 발굴 등의 장점이 있다는 평가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수익모델에 대한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단기 분양 차익에 기초한 주택사업은 지금같이 분양가에 변동이 있으면 사업성이 나빠진다. 일본처럼 대형건설사들이 단순히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이 아닌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며 도시를 완결시키는 ‘타운매니지먼트’ 등 장기적인 사업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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