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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애플에 울고 웃는다” 반전의 LG이노텍…6월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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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주가 하향세를 보인 LG이노텍이 기나긴 부진의 터널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는 모양새다. 올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다. 지난해 전방 정보기술(IT) 업황 부진 탓에 실적 기대감이 떨어지며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지만, 올 1분기 예상을 뒤집고 기대 이상 실적을 기록하며 투자자 기대치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오는 6월 예정된 애플의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자 기대를 충족시킬 메시지가 나오느냐에 따라 향후 주가 향방이 가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경이코노미

LG이노텍 베트남 하이퐁 공장 전경. (LG이노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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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망 뒤집은 ‘깜짝 실적’

애플 개발자 콘퍼런스 주목

LG이노텍 주가는 지난해 여름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 6월 16일 32만1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연말 23만9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LG이노텍 주가 부진이 두드러진다. LG이노텍과 함께 양대 부품 회사로 꼽히는 삼성전기 주가는 같은 기간 2% 이상 상승했다.

LG이노텍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은 아이폰15 시리즈 판매 부진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정부 견제와 화웨이 점유율 확대로 흥행 기대치가 떨어진 것이 주가를 끌어내린 직접적인 요인이다. 이로 인해 올해 1분기 중국에서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LG이노텍 실적에서 애플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아이폰 판매 부진은 LG이노텍 실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올 1분기까지 LG이노텍 주가는 3% 하락하며 하향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최근 반전이 일어났다. LG이노텍 주가가 4월 한 달간 13% 상승한 것. 지난 4월 24일 LG이노텍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LG이노텍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4조3336억원, 영업이익 176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추정치(1554억원)보다 13% 이상 웃돌았다.

지난해 3분기에 나온 아이폰15 시리즈가 예상보다 준수한 판매량을 기록한 영향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아이폰15 프로·프로맥스 판매량이 예상을 뛰어넘으며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을 극복했다는 평가다. 아이폰15 시리즈에 폴디드 줌 카메라가 탑재된 점도 LG이노텍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애플은 아이폰15 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프로맥스에 처음으로 폴디드 줌 카메라를 탑재했다. LG이노텍은 애플에 폴디드 줌 카메라 모듈을 단독 공급한다. 폴디드 줌이 탑재된 덕분에 평균판매단가(ASP)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달러당 원화 가치 약세로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LG이노텍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줬다. 수출 기업은 달러 강세 국면에서 원화로 환산한 수출 실적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린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이폰 판매량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양호한 추세를 보이며 중국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며 “수출 비중이 95%에 달하는 LG이노텍 입장에서는 우호적인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며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LG이노텍 실적이 예상을 웃돌며 증권가도 잇달아 실적 추정치를 높여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월 2일 기준 올해 LG이노텍 실적 추정치는 매출 21조6141억원, 영업이익 9941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5%, 영업이익은 20% 증가한다는 예상이다. 연초 추정치 대비 매출은 2%, 영업이익은 7% 높아진 수준이다. 이에 따라 LG이노텍 목표주가도 높아졌다. 증권가가 제시한 LG이노텍 평균 목표주가는 29만4889원으로 5월 2일 종가(22만3500원) 대비 32% 높게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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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대 꺼지면 주가 하락 가능성

PBR 1배 밑에선 지지선 형성

최근 주가가 반등했지만 강세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이벤트는 오는 6월 열리는 애플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가 꼽힌다. 이 행사에서 애플의 iOS(애플 운영체제)18 업데이트와 함께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등 신기능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이폰16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기능이 시장 기대에 부합할 경우, 아이폰12 이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교체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아이폰16 교체 수요가 높아질수록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다.

반대로 신기능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최근 오른 주가를 반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애플 제품을 향한 비관적인 시각과 함께 최근 주가에 반영된 기대감이 식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 여력을 높이기 위해 오랫동안 지적된 고객사와 제품 라인업 다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LG이노텍 실적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는 곧 점유율 축소에 대한 우려가 항상 깔려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점유율을 수성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카메라 산업이 일정 부분 한계가 보이는 상황에서 전장용 카메라 등으로 영역 확대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전장용 카메라 시장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자율주행이라는 테마에 올라타 물량과 가격 모두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향후 LG이노텍 실적을 이끌 사업 부문으로 꼽힌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LG이노텍이 주가 상승 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광학솔루션 외 사업부인 기판 소재나 전장 부품 부문 실적 기여도가 높아져야 한다”며 “그동안 회사의 근본적인 고민이 애플이라는 하나의 고객사와 카메라 모듈이라는 하나의 제품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플로 향하는 카메라 모듈이 실적의 70%에 달하기 때문에 매년 주식 시장에서 LG이노텍의 상고하저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 시장에서는 매년 2분기 실적 발표 전후로 LG이노텍 주식을 매입해서 아이폰 신모델이 공개되는 9월에 매도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신제품 스펙과 판매량을 확인하며 매매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LG이노텍은 아이폰 신모델 카메라 스펙 상향 여부가 실적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별 출하 동향 지표를 살필 것을 강조한다.

박준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분기 애플은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에 점유율을 내주면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5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며 “LG이노텍 투자자는 데이터를 통해 향후 중국 시장에서 애플이 점유율을 회복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만원 초반대 주가는 투자자가 진입해도 적당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이노텍 주가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에서 지지선이 형성된다”며 “이 구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매수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LG이노텍의 12개월 선행 PBR은 0.9배 수준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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