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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우일연, 한국계 작가 첫 퓰리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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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국계 우일연 작가의 책 『주인 노예 남편 아내』(아래 사진)가 퓰리처상 전기 부문을 받았다. 사진은 우 작가가 미국 뉴버리포트의 한 서점을 찾은 모습. [사진 우일연 작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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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재미 작가의 논픽션(비소설)이 퓰리처상을 받았다. 미국 퓰리처상 선정위원회(이하 선정위)는 6일(현지시간) 『주인 노예 남편 아내』(Master Slave Husband Wife)를 쓴 한국계 미국인 우일연 작가를 제108회 전기(傳記) 부문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의 이야기를 다룬 조나단 에이그의 평전 『킹: 어 라이프』(King: A Life)가 공동 수상했다.

한국계 인사가 비보도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 작가는 미국 국적의 한인 2세로 예일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부친은 환기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설계한 재미 건축가 우규승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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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우일연 작가의 책 『주인 노예 남편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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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노예 남편 아내』는 1848년 노예제도가 있었던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흑인 노예 부부가 백인 농장주와 노예로 위장해 노예제가 폐지된 북부로 탈출을 감행한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부부 중 아내인 엘렌 크래프트는 백인 주인과 흑인 노예 사이에서 태어나 피부색이 옅었기 때문에 병약하고 젊은 백인 농장주로, 남편인 윌리엄 크래프트는 엘렌의 노예로 각각 위장했다. 크래프트 부부는 탈출에 성공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노예제 폐지 연설을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우 작가는 이들이 남긴 책과 각종 사료를 뒤져 부부의 삶과 노예 해방 투쟁의 역사를 썼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책에 대해 “(여자이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아내 엘렌에 대한 역사 기록이 충분치 못했는데, 얼마 안 되는 이 기록물을 면밀히 들여다 보며 엘렌 크래프트의 관점으로 세심하게 써 내려갔다”고 평했다. 선정위도 “성별·인종에 따른 사람들의 차별과 편견을 역으로 활용해 노예제에서 자유로 가는 서사적 여정을 자세히 그렸다”고 평가했다.

우 작가는 2010년 내놓은 『위대한 이혼(Great Divorce)』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 책은 1818년 뉴욕주에서 최초로 여성의 이혼과 재산, 양육권을 쟁취한 유니스 채프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여성에겐 재산권도 시민권도 없던 19세기 미국에서 채프먼이 5년간 남편과 국가를 상대로 벌인 5년 간의 법정 투쟁을 따라가며 당시 미국의 법, 종교, 정치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우 작가는 동료 작가들로부터 “역사의 단면을 현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드라마로 탈바꿈 시키는 능력이 있다”(존 마테손·2008년 퓰리처 도서 부문 수상자), “소홀히 다뤄졌던 역사 기록을 꼼꼼히 연구해 설득력 있게 서술하는 능력을 갖췄다”(너새니얼 필브릭·논픽션 작가)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17년에 창설된 퓰리처상은 뉴스와 보도 사진 등 언론 부문과 도서, 드라마·음악 등 예술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한국계 사진 기자가 언론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그외 부문에서 한국계 인사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정위는 이날 미 연방 대법관의 도덕성 문제를 파헤친 미국의 비영리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 소속 기자 5명을 대상격인 공공 보도 부문 수상자로 결정했다. 이들은 지난해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 대법관이 출장 및 여행 때 억만장자의 자가용 비행기를 공짜로 얻어 탄 사실을 밝혀내 보도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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