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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15년전 성폭행 고백한 유서, 신빙성 미흡”… 대법, 30대 공범 3명 ‘무죄취지’ 파기 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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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서 ‘특수준강간 혐의’ 징역형

대법 “참회 유서로 보기 어렵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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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15년 전 저지른 성폭행 범죄를 유서로 남겼지만, 유서에 적힌 공범 3명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유서 작성 경위 등이 불분명하고 신빙성이 떨어진다면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특수준강간)로 기소된 남성 3명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무죄 취지로 파기했다.

2021년 3월 30세였던 이 남성은 과거의 범죄를 고백하는 유서를 남긴 채 사망했다. 유서엔 2006년 친구 3명과 함께 중학생 후배에게 술을 먹이고 집단으로 성폭행했던 사실을 고백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유서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했고, 친구들은 “15년 전 일인 데다 술에 취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는 “만취했던 탓에 성폭행 여부를 기억하지 못한다”면서도 “속옷에 피가 묻어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는 다음 날 산부인과를 방문해 사후피임약을 처방받기도 했다. 검찰은 유서와 이런 진술 등을 바탕으로 남성 3명을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에선 남성이 남긴 유서의 증거 채택 여부가 쟁점이었다. 1심은 유서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3명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유서를 증거로 인정하고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서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사망한 남성이 자신의 범행을 참회하려는 의도만으로 유서를 작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서 내용이 검증을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빙성이 충분히 담보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성이 죽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이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고, 피고인 3명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서를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피고인 3명을 다시 심리하게 된다. 다만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유서에 대해 대법원이 증거 능력을 부인하면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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