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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알뜰폰협회 “알뜰폰 부업 시작한 은행들, 규제 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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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품이 누군가에게는 사은품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생존이 걸린 싸움이다. "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7일 저녁 서울 광화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알뜰폰 사업이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영세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조선비즈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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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가계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된 알뜰폰과 관련한 현재의 정부 지원 정책은 애매모호하다”면서 “우리를 위한 제도를 만들지 않고, 공정 경쟁을 한다며 금융권 등을 개입시키는 것은 또 다시 알뜰폰 시장을 왜곡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거대 자본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 궁극적으로는 전체 통신 생태계를 해치는 꼴”이라며 “은행 뿐 아니라 통신 3사 등 거대 자본이 들어와 손해를 많이 보면서까지 사업하는 것은 정말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올해까지 노력을 해보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내년 2월 정기 이사회 때 회장직을 사직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알뜰폰 업계 종사자들은 알뜰폰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업계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이 전체 가입자의 포션은 적은 편이지만, 대기업 중심의 통신 3사가 쥐고 있던 요금제에 대한 가격 인하를 제안할 수 있는 견제자 역할은 했다”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위해서라도 시장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시점에 올바른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금융권에선 계좌 개설을 위한 마케팅 비용보다 우리(알뜰폰)가 더 비용이 싸다보니 넘어오는 것 아니냐”면서 “중장기적으로 금융 서비스 잠재 고객 확보를 위해 알뜰폰 시장을 넘보는 것인데, 대기업의 저가 요금제 공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진정한 공정 경쟁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매대가에 대한 정책을 바꾸는 등 법적인 보호조치를 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알뜰폰 시장은 사업자 80곳이 사업을 영위하지만, KT엠모바일(KT), U+모바일(LGU+), 헬로모바일(LGU+), SK텔링크(SKT), KT스카이라이프(KT) 등 알뜰폰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는 통신 3사 자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영세 중소기업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 사업 ‘KB리브엠’은 지난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제1호로 지정됐으며, 지난 4월 5일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정식 부수 업무를 인정했다. 금융권에서 비금융사업이 정식 부수 업무로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은행은 인·허가나 신고 절차 없이 알뜰폰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전효진 기자(oli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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