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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2000여년 전 중국 전한시대 청동거울 ‘청백경’, 국내서 첫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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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재재단, 경주 사라리유적 내 기원전 1세기 무덤서 조각 확인

“진한, 신라의 건국과정 등 연구에 중요 학술자료”

경향신문

한국문화재재단은 경주시 서면 사라리 유적내 덧널무덤 발굴조사에서 국내 처음으로 중국 전한시대의 청동거울인 청백경을 발굴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은 청백경 등 청동거울 조각들의 출토 모습.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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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국 전한(前漢)시대의 청동거울인 ‘청백경’(淸白鏡)이 경주시 서면 사라리 유적의 기원전 100년경 무덤에서 발굴됐다.

권력을 상징하는 도구인 청백경의 출토는 신라 건국 이전인 기원전 1세기경 진한 영역인 사라리 일대에 이미 상당한 권력을 지닌 정치세력이 존재했음을 보여줘 신라 건국과정 등 초기 신라사 연구에 중요한 학술자료로 평가된다. 또 청백경의 유입 경로와 관련해 사라리의 정치집단이 당시 한반도 북부에 있던 한나라(전한)의 낙랑군이나 본토와 교류했음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학계의 관심을 끈다.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재조사연구단은 “사라리 유적의 덧널무덤 1호에서 기원전 1세기 당시 권력자의 존재를 입증하는 청동거울(청백경) 조각(편), 옻칠한 나무 칼집에 철검을 끼운 칠초철검, 옻칠을 한 나무용기인 칠목기 등을 발굴했다”고 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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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사라리 유적에서 발굴된 청동거울 청백경 조각의 3D 스캔 이미지(왼쪽)와 탁본.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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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 다테이와 유적 내 무덤에 출토된 중국 전한시대의 청동거울인 청백경(왼쪽)과 청백경 명문의 세부 모습.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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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된 청동거울 조각에는 ‘承之可’(승지가)라는 명문이 남아 있다. 조사연구단은 “명문과 청동거울 조각 형태 등을 국내외 발굴자료와 비교·분석한 결과 국내에는 유사한 자료가 없었다”며 “일본 규슈 후쿠오카의 다테이와(立岩) 유적 독널무덤에서 출토된 전한시대의 청백경에서 ‘外承之可兌’(외승지가태)라는 명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단의 이도현 팀장은 “사라리 출토 청동거울 조각과 다테이와 유적에서 나온 청백경의 명문, 글자 형태, 명문대의 배치 등이 매우 유사하다”며 “이 청동거울 조각을 전한시대의 청백경의 조각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청백경 조각은 무덤 주인공의 가슴 쪽에서 확인됐으며, 끝자락에는 닳은 흔적이 남아 있어 상당기간 소유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크기를 추정한 결과 지름 17.5~18㎝로 당시 청동거울 중에서는 큰 편에 속한다.

청백경은 중국 진나라에 이어 고조 유방이 세운 두번째 통일왕조인 전한시대(기원전 202~기원후 8년경)를 대표하는 청동거울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청동거울에 ‘청백(淸白)’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청백경으로 불린다.

연구단은 “청백경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굴된 것”이라며 “경주 북서쪽 사라리 일대에 적어도 기원전 100년 이전에 상당한 정치세력 집단이 존재했으며, 이는 초기 신라의 정치집단 세력 연구에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이번 발굴조사에서 청백경과 함께 출토된 기원전 1세기 경의 청동거울인 성운문경(星雲文鏡) 조각 1점, 칠초철검, 칠목기 등도 당시 지배층의 권력이나 위세를 상징하는 유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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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사라리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 중 옻칠을 한 칼집에 철칼을 꽂은 칠초철검(왼쪽)과 토기류.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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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단은 이번 발굴조사에서 널무덤 2기, 덧널무덤 2기를 비롯해 청동기시대와 삼국시대 생활유구 등도 확인했다. 연구단은 “널무덤과 덧널무덤은 인접한 원삼국시대의 대표적 수장급 무덤 중 하나인 사라리 130호분보다 최대 100년 전에 조성된 무덤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30호분에서는 한나라 청동거울을 모방해 직접 제작한 방제경이 출토된 적이 있어 이번 청백경 발굴은 청동거울의 제작과 발달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문화재재단은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문화재청의 국비지원 발굴조사를 2010년부터 전담·수행하고 있으며 이번 발굴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말까지 진행됐다. 국비지원 발굴조사는 특정 면적 이하의 건축행위에 앞서 매장문화재 조사를 시행할 경우 국가가 경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국문화재재단은 오는 17일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국가유산진흥원’이란 명칭으로 새롭게 출범하며, ‘문화재조사연구단’도 ‘매장유산국비발굴단’으로 공식 명칭이 변경된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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