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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영화만 28년 송강호, OTT ‘삼식이 삼촌’에 끌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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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삼식이 삼촌’으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한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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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연기 생활 35년, 영화 데뷔 28년인 베테랑 배우가 긴장했다. 영화 ‘설국열차’속 그의 명대사처럼 “닫힌 문을 열고 나간” 첫걸음에 얼굴이 상기됐다.



드디어 송강호의 이력에 드라마가 추가됐다. 영화가 곧 연기 역사였던 송강호가 오는 15일 시작하는 디즈니플러스 16부작 드라마 ‘삼식이 삼촌’으로 데뷔 이후 첫 드라마에 출연한다. 드라마 내용이 알려진 게 거의 없는데도, 송강호 이름 석자만으로 이미 올해 화제작이다. 변요한, 유재명, 진기주 등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송강호 선배의 드라마 데뷔작에 함께하고 싶어서 주저 없이 출연했다”고 했다.



오랫동안 드라마 출연에 조심스러워했던 송강호는 왜 마음이 바뀐 걸까. 그는 8일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여러 시도를 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오티티(OTT)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 지금껏 선보인 오티티 드라마와는 궤가 달라 호기심과 의욕이 발동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삼식이 삼촌’은 1960년대 격동기를 배경으로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목표는 같았지만 방향이 달랐던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김산(변요한)의 이야기다. 삼식이 삼촌은 정치인, 경제인, 군인과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를 맺고 원하는 바를 이뤄나간다. 16부 중 언론에 공개한 5부까지를 보면 요즘 보기 드문 순수 창작물이어서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고, 삼식이 삼촌의 눈으로 그 시대를 들여다보는 점이 눈에 띈다. 여러 인물의 시선에서 삼식이 삼촌을 얘기하는 구성도 이채롭다. 송강호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지금 우리의 모습을 투영해볼 수 있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했다.



1996년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해 1997년 ‘넘버3’ 조폭부터, 2000년 ‘반칙왕’, 2006년 ‘괴물’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지만 첫 오티티 드라마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송강호는 삼식이 삼촌이라는 별명처럼 친근해 보이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야망가의 면모를 내뿜는 등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신연식 감독은 “(송강호) 선배님이 이전에 보여준 모습과 다른 캐릭터와 연기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이번 드라마가 데뷔작인 신 감독은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거미집’의 극본과 ‘1승’(개봉예정)의 연출을 맡았다. 신 감독과 송강호는 ‘기생충’ 수상 이후 시나리오를 공유했고, 삼식이 삼촌 캐릭터를 함께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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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으로 1994년 이후 드라마에 출연한 설경구.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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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로 2006년 이후 드라마에 출연한 김윤석.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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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와 같은 마음으로 스크린에서 놀던 배우들이 텔레비전에 잇따라들어오고 있다. 설경구도 하반기 방영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으로 1994년 ‘큰 언니’ 이후 30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다. ‘돌풍’은 부패한 재벌과 결탁한 대통령을 심판하고 정치판을 바꾸려는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그에 맞서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이 대립하는 이야기다. 설경구는 ‘하이퍼 나이프’(편성 미정)에서 우아한 지식인 같지만 한니발 같은 살인마 본능을 지닌 신경외과 교수에도 도전한다. 2006년 아침드라마 ‘있을 때 잘해’가 마지막 드라마였던 김윤석도 하반기 방영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로 돌아온다.



방송 시장이 달라지면서 영화감독, 스태프 등이 오티티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는 등 매체∙예술의 장벽이 무너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사전 제작이 일반화되면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됐다. ‘삼식이 삼촌’에 나오는 한 배우의 기획사 관계자는 “영화를 많이 하는 배우들이 드라마를 꺼렸던 건 쫓기듯 촬영하는 시스템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방영 날짜를 정하지 않고 촬영을 마무리하면서 캐릭터를 연구하고 고민할 시간이 많아졌다”고 했다. 2022년 최민식이 ‘카지노’로 25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고 하정우가 ‘수리남’으로 15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해 성공한 사례가 있어서 첫 주자라는 부담도 덜하다.



코로나19 이후 영화 시장이 어려워졌고 제작이 줄어든 것도 드라마로 발걸음을 돌리게 했다. 송강호는 지난해 ‘비상선언’과 ‘브로커’에 출연했지만 놀랄만한 성적은 내지 못했다. 드라마와 영화에 모두 출연하는 한 배우는 “오티티 드라마는 시청률 집계를 하지 않아서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다”고 했다.



‘기생충’으로 대한민국 최초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 등 배우들의 명품 연기를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설렌다. 2004년이 마지막 드라마였던 유해진과 강동원, 박해일 등 다음 주자를 기다리기도 한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드라마로 만난 배우에 대한 호감이 극장에서 영화 관람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현상이 나타나고, 괄목할 만한 발전에도 여전히 영상예술로서의 지위가 명확하지 않은 드라마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해소하면서 상생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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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카지노’로 25년 만에 드라마 출연한 최민식. 월드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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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수리남’으로 15년 만에 드라마 출연한 하정우.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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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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