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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월세·밥값·대출 돌려막기 빠듯"…'부채의 늪' 빠진 미국 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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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 치솟고, 금리 오르고…
생활비 감당 안되는 젊은세대 신용카드 연체 급증

머니투데이

미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20210년대 초반 출생자)가 신용카드 부채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 임대료 등 생활 물가 전반이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을 감당할 수 없어 신용카드 빚을 내고 연체하는 현상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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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사는 린제이 퀘켄부시(26)씨는 신용카드 결제액의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이월하는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용 중인 3개 신용카드의 결제 잔액은 총 1700달러(한화 약 230만원). 작년까지는 남자친구와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 임대료의 절반을 내고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연봉 6만달러(약 8200만원)를 받던 출판사에서 해고되면서 재정 위기가 찾아왔다. 퀘켄부시씨는 "월급이 끊기니 생각보다 빨리 카드 빚이 생겼다"며 "새 일자리를 찾는 것이 시급해 미래를 계획할 여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20210년대 초반 출생자)가 신용카드 부채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 임대료 등 생활 물가 전반이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을 감당할 수 없어 신용카드 빚을 내고 연체하는 현상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용조사기관 트랜스유니온 자료를 인용해 2023년 4분기 현재 22~24세 미국인의 평균 신용카드 잔액은 2834달러(약 387만원)로 10년 전인 2013년 4분기 2248달러(약 307만원)보다 26%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트랜스유니온의 찰리 와이즈 글로벌리서치 책임자는 "월세부터 밥값, 학자금 대출까지 신용카드로 돌려막다가 연체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며 "Z세대는 10년 전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재정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택 구입이나 결혼, 자녀 출산 등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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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0~30대 젊은 세대의 신용카드 부채가 증가하는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이 있다. 최근 수년간 월급은 거의 제자리인데 집값, 밥값 등 물가가 크게 뛰었다. 실제로 뉴욕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미국 대졸자의 평균 연봉은 2020년 5만8858달러(약 8035만원)에서 2023년 6만달러로 인상률은 2%를 밑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주택 평균 임대료는 올 1월 기준 1987달러(약 271만원)로 최근 4년간 22% 올랐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의 스콧 풀포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세대에 비해 소득이 낮고, 집이 없는 젊은이들은 더 큰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급여의 약 3분의 1을 월세로 지출하는데 수년간 주택 임대료가 상승했기 때문에 실질 재정 부담도 늘었다"고 진단했다.

대학 졸업자의 상당수가 학자금 대출 등으로 수억원의 빚을 진 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 거의 모든 생활 물가가 오르면서 신용카드 지출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WSJ은 봤다. 미국에선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 최소 금액(약 50달러)만 지불하면 결제한 금액을 다 갚지 않아도 한도 내에선 계속 카드를 쓸 수 있는데 이것이 소득만으론 생활비 감당이 안돼 신용카드를 쓰는 젊은 세대의 카드 빚을 늘리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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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미국 신용카드 업계가 발급 기준을 완화해 젊은 세대들이 더 많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것도 한 요인이다. 신용분석업체 밴티지스코어에 따르면 미국의 27세 이하 소비자 가운데 5%는 최소 1개 이상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이는 같은 기간 밀레니얼 세대(3%)의 카드 발급 비율보다 높은 것이다.

최근 2년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로 Z세대의 신용점수가 낮아진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정보업체 크레딧카르마에 따르면 연준의 금융 긴축이 시작된 이후 720점 이상이었던 Z세대의 평균 신용점수는 24점 낮아졌다. 이는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최소결제, 돌려막기 등을 반복하다 이자가 불어나 연체하는 사례가 많은 현실을 반영한 지표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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