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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달항아리’ 작가·‘어공’문화원장, 뉴욕에 세계 최대 ‘한글 벽’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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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8m, 높이 22m의 세계 최대 ‘한글벽’

전세계서 '세상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모아

"전 세계가 만나는 ‘일렉트로닉 비빔밥’ 될 것"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한글벽’은 공간을 나누는 게 아니라 세계를 잇는 벽이다. 한글 모음과 자음이 만나 한 소리를 내듯 전 세계가 만나는 ‘일렉트로닉 비빔밥’(electronic bibimbap)이 될 것이다.”

‘달항아리’로 유명한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가 뉴욕 맨해튼에 자리 잡은 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에 가로 8m, 높이 22m의 세계 최대 ‘한글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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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국문화원 한글벽 예상도 (뉴욕한국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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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뉴욕으로 건너가 ‘3인치x3인치’ 크기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며 작가의 꿈을 키웠던 그는 이 작은 나무패널에 색색이 한글과 달항아리를 그려 넣은 후 수천, 수만개를 잇는 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1985년 결혼을 앞두고, 가난한 예술가의 생활력을 걱정한 예비 장모의 “자네, 아는 게 뭔가” 하는 질문을 받았던 이후 그는 ‘내가 아는 것’(Things I know)을 이 나무패널에 표현해 왔다. 이제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세상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Things I love to about)를 주제로 전 세계인들로부터 글을 모아 작품에 담기로 했다.

5월 한 달간 전 세계로부터 글귀를 모은다. 프로젝트 홈페이지를 방문해 20자 이내의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한 문구를 입력하면 맨해튼에 남길 수 있다. 영어로 입력하더라도 한국어로 자동 변환되도록 해 세계인들의 참여폭을 넓혔다. 강 작가는 공유된 한글 문구 중 1000개를 엄선해 문화원 청사의 대형 벽화를 만드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제작된 한글벽은 오는 9월 공개된다. 벽화 가운데에는 LED판넬이 설치돼 청사를 방문한 누구나 본인의 글귀를 실시간으로 남길 수도 있다. 뉴욕문화원이 한글 나아가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이미 한류스타, 아티스트들도 함께 뜻을 나누고 있다. 한효주, 이하늬, 한지민, 류승룡, 이병헌을 비롯해 그룹 보이넥스트가 프로젝트의 취지와 중요성에 공감하며 이미 문구 작성에 참여했다. 이병헌은 ‘힘을 빼면 더 큰 힘이 된다’는 메시지를, 한효주는 ‘좋은 인연은 계속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강 작가는 “K-컬쳐, K-아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때에 한국 문화의 핵심 자산인 한글을 알리고 싶었다”며 “한글에 담긴 인본과 자유의 정신을 잘 담아내는, 세상을 가장 따듯하고 아름답게 연결하는 한글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세기는 영웅, 20세기는 스타가 리더이지만, 21세기는 연결자가 리더”라면서 “한글벽이 남과 북, 좌와 우, 흑과 백,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면서 생물체처럼 하나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프로젝트는 제일기획, CJ 출신인 ‘어공’(어쩌다 공무원) 출신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그는 그해 5월 강 작가를 2주에 한번씩 만나 신청사에 한글을 알릴 수 있는 작품을 설치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수억원의 자금줄을 만들기 위해 그는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후원금을 마련했다. 뉴욕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뷰티업계 대표 기업인 키스(KISS) 그룹, 해운물류 컨설팅 전문업체 싸이버로지텍, 양현재단이 팔 걷고 나섰다. LG전자도 재능기부식으로 6개월간 전세계로부터 글귀를 모을 수 있는 사이트 제작을 도왔다.

김 원장은 “민간 기업에서 쌓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오랜 기간 고민, 기획했다”면서 “한글벽이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조용한 혁명이자, 뉴욕의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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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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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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