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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트럼프 ‘미군 철수론’의 숨은 전제…“한국 핵무장 배제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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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월2일 위스컨신주 그린베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그린베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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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잇따라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고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려는 ‘거래 전략’일 수도 있지만, 한국의 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미국의 대전략 변화 흐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6일(현지시각)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주된,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에게 결정 권한이 있다면 주한미군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국방전문가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된 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부자나라인 한국을 지켜줘야 하냐”는 말로 주한미군의 존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난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기를 원한다”며 “난 그들이 거기에 있는 미군 4만명(실제로는 2만8500명)에 대해 사실상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의 주요 인사들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시사하는 것은 우선은 ‘부담 분담(버든 셰어링)’ 차원에서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가 재임 시기에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압박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더 큰 군사비 지출을 요구했던 것과 마찬가지의 협상 전략의 측면이다. 한-미가 내년 말로 끝나는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후속 협정을 위한 협상을 벌써 진행중인 것도,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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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싱크탱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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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 국내 정치의 변화와 미-중 경쟁 격화라는 큰 흐름의 속에서 미국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 상대 하는데 미국 힘 집중…한국은 스스로 대응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번 연합뉴스 인터뷰를 비롯해 일관되게 미국은 가장 큰 위협인 중국을 상대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하고, 북한에 대한 위협은 한국이 스스로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태서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냉전시대처럼 DMZ 가까이에 주한미군의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켜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구조는 사라지고, 북한에 대한 방어는 한국이 거의 전담하는 형태로 하면서, 한국이 방위비는 더 많이 내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의 대전략이 중국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동아시아 동맹의 성격이 전체적으로 변하고 있고, 주한미군의 성격도 변화할 것이라는 점은 이제 확실하게 인식을 하고 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콜비 전 부차관보는 “가능한 이른 시기에 (한국군으로) 전시작전권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보수 진영에서는 반대해온 전작권 전환을 미국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는 또, 미국이 자국 도시들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을 북한 핵 공격에서 보호하지 않을 것이므로 “한국의 핵무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차태서 교수는 “미국 국력의 하강기였던 1970년대 닉슨 행정부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하자, 한국에서 핵무장 시도가 있었던 것과도 비슷한 국면”이라고 지적한다. 북핵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트럼프 재선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 결과를 예단할 수 없고 트럼프 진영의 한반도 정책이 실현된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미국 내에서 이런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변화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이 눈을 감고 있기에는 너무나 크고 위험한 변화가 진행중이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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