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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日 라인야후 '자국기업 만들기' 포석···소프트뱅크 최대지분 요구도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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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거리두는 라인야후

이데자와 대표 "자본 변경 요청"

1주라도 매각하면 주도권 잃어

네이버 글로벌 전략 수정 불가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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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대표이사(CEO)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을 공식화하며 ‘네이버 지우기’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최대주주인 A홀딩스의 주식을 1주라도 더 확보하면 네이버는 사실상 경영권을 잃게 된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최측근이자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것도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결별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데자와 대표는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라인야후 결산 설명회에서 “모회사(A홀딩스) 자본 변경에 대해서는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취하는 형태로 변화한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총무성이 올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행정지도를 벌이면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자 네이버에 자본 관계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 배경에 대해 “(라인야후가) 대주주이자 업무 위탁처인 네이버에 강하게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한국의 자본이어서가 아니라 위탁처가 대주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A홀딩스로 지분 64.5%를 보유하고 있다.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A홀딩스에 50%씩을 출자했다.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주식을 1주라도 더 확보하면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잃게 되는 셈이다.

신 CPO가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것도 네이버에게는 부정적인 상황으로 해석된다. 새 이사회는 모두 일본인으로 구성되는 동시에 이 GIO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신 CPO도 이사진으로서 경영 활동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 CPO가 스톡옵션 행사 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보유한 라인야후 스톡옵션 약 3000만 주를 포기한 것을 두고 라인야후 경영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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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가능성도 나왔지만 상황이 다시 악화하고 있다. 앞서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를 놓고 논란이 커지자 한일 양국 정부는 진화에 나서면서 당장은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막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7일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내용은 안전 관리 강화와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 등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날 열린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네이버가 굉장히 중요하고 민감한 경영적 판단을 할 일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정부가) 갑자기 이야기하면 문제 소지가 있다. 신중하게 국가 이익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네이버가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을 축소하지 않는 대신 기존에 내놓은 보안 대책을 개선·강화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네이버는 다시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대응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일본 정부의 요구에 따라 지분을 조정할 경우 라인 메신저를 사용하는 태국 등 해외 국가에서도 유사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신중하게 접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본 지배력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자체가 이례적”이라면서 “이것을 따를지 말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해서 결정할 문제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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