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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중국산 흑연 절대의존 한국 배터리…2년 내 공급망 바꿔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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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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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촉발된 ‘광물 전쟁’에 대한 국내 기업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미국이 최근 전기차 배터리에 ‘중국산 흑연’이 있으면 세액공제를 주지 않는 제재를 2년간 유예했지만, 다른 중국산 광물 금지는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광물 수급에는 장기 투자가 필요한 만큼 2년의 시간도 충분치 않다. 정부는 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올해 9조7천억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맞붙는 광물 전쟁의 최전선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다.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각) 확정한 전기차 세액공제 최종 규칙을 보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당장 내년부터 배터리 생산에 들어가는 흑연 외 광물은 중국산을 탈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가 지급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흑연을 포함해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등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전 세계 광물 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는데, 특히 제련 단계에서는 코발트(68%), 리튬(72%), 니켈(34%) 등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공급망 비중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핵심광물들의 제련 및 셀 제조 의존도는 70% 이상이 중국에 편중되어 있어 실질적인 이차전지 광물 공급망 주도권은 중국이 장악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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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규제에 대비해 대체 공급망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분석을 보면, 각 광물의 최대 생산 국가(2022년 기준)는 니켈의 경우 인도네시아(48.5%), 리튬은 호주(46.9%), 코발트는 콩고(68.4%) 등이다. 국내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중국 외 국가에서도 생산량이 많은 이차전지 핵심 광물은 대체 공급망을 확보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흑연이다. 중국의 흑연(천연흑연·인조흑연)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65.4%에 이른다. 미국이 흑연만 제재를 2년간 유예하며,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이 시간을 벌었지만 2026년 말까지는 대체 공급선을 뚫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천연흑연 수입의존도는 94.4%(2022년 기준)로 절대적이어서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흑연은 중국 외에 모잠비크(13.1%), 마다가스카르(8.5%), 브라질(6.7%) 등에서 조금씩 생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천연흑연은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브라질 등으로 수입을 전환하고, 인조흑연은 국내 자급률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차전지 관련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은 저마다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차전지 업체인 에스케이(SK)온은 지난 2월 미국 웨스트워터 리소스로부터 천연흑연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앨라배마주 켈린턴 소재 정제 공장에서 생산한 천연흑연을 공급받는다. 흑연이 들어가는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발라마 흑연 광산을 운영하는 호주 시라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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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1주년 기념행사에서 지지자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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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 전쟁이 본격화하자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이차전지·자동차 업계와 회의를 열고 이차전지 핵심광물 자립화에 올해 9조7천억원의 정책금융을 투입하기로 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정부 간 협력 채널로 기업들의 광물 확보도 돕기로 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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