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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임의진의 시골편지]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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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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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잘 안 쓰는 외래어 ‘마도로스’, 바다에서 배를 모는 선원이나 선장을 가리키는 말. 이난영의 노래 ‘목포의 눈물’은 기본이고 그녀가 부른 ‘마도로스의 꿈’도 애정한다. 노래풍이 구닥다리더라도 구수하고 재밌어. “뜨내기 몸이라서 꿈도 뜨내기. 비 나리는 포구에 밤도 깊어서 창 너머 흘러드는 휘파람 소리가 야속히도 내 꿈은 흘러갔구나. 뜨내기 몸이라서 님도 뜨내기. 삼베적삼 재롱에 노니는 님 산 아래 다시는 떠날 건가. 굳은 맹세도 한 방울의 물거품 부질없었네…”

엊그젠 뜨내기로 살짝 인천에 다녀왔다. 세월호가 그 밤 출발한 안타까운 항구도 가보고, 친구들과 입술에 춘장을 바르면서 명물이라는 ‘짜장면’도 비벼 먹었지. 바닷가에 살았던 나도 한때는 마도로스 꿈을 꿨다. 그 꿈은 갈매기가 채갔고, 나는 불 꺼진 항구를 바라보며 멍~때리기. 뜨내기손님답게 나는 쓴 커피를 마셨다.

마도로스라면 파이프 담배를 물고 저 멀리 바다를 향해 손짓했겠지. 가수 남일해가 부른 이런 노래도 있는데, “푸르른 달빛이 파도에 부서지면 파이푸에 꿈을 실은 첫사랑 마도로스. 데크에 기대서면 그날 밤이 그립구나. 항구마다 정을 두고 떠나온 사나이. 그래도 첫사랑 맺은 님은 잊을 길 없네…” 마도로스는 역시 뽀빠이 선장님처럼 파이푸 아니 파이프 담배를 물어야 제대로다. 대신 친구인 동네 성당 신부님이 연초 담배를 여러 대 꼬실렸다(태웠다). 연기까지 보태 구름이 많아진 덕분인가 서둘러 어둠이 찾아왔다. 항구는 밤풍경이 근사하지.

결혼식에 들러리가 필요하듯 만날 터줏대감뿐인 세계에서 뜨내기도 있어야 해. 뜨내기손님이 좋은 인상을 갖고 가야 머잖아 후속타 손님들이 밀려들기 마련이다. 이 별에 아이들이 태어나는 신비는 누군가 뜨내기 인생을 사랑하며 극진했기 때문. 푸대접하지 않고 말이다.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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