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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오고가는 외국인마다 ‘이것’ 들고다녀”…‘MZ패션 성지’ 떠오른 명동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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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때 텅텅 비었던 가게에
이미스·무신사 등 속속 입점
공실률 7.6%로 5년만에 최저


매일경제

8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패션 브랜드 매장 앞에 여행 가방을 든 외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명동 상권은 코로나19 사태 기간 외국인 입국이 막히면서 공실률이 치솟았으나 최근 K패션 열풍이 불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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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김에 마리떼 프랑소와저버 옷이 사고 싶어서 인스타그램으로 미리 모델명도 골라서 찍어놨어요”(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명동에서 만난 일본인 여성 관광객 A씨)

“평소에도 가게 문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기다리곤 하는데, 이번 주말은 손님이 2배는 몰려 하루종일 피크타임이네요”(패션 브랜드 이미스 명동 매장의 아르바이트생 백모씨)

어린이날 연휴 기간인 지난 주말 매일경제신문이 찾은 서울 명동 거리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 곳곳에서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인기 패션 브랜드 매장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가 길게 줄을 서 있을 정도였다. 지난해 12월 명동에 문을 연 이미스 매장 1층은 둥근 패션 모자인 볼캡을 써보려는 여성 관광객들이 전면 거울 앞을 가득 메웠다. 이 중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들로 보이는 서너명의 여성들은 형형색색의 에코백 가방을 둘러메고서는 어울리는지 친구들에게 연신 묻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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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MZ 브랜드 밀집한 명동 상권.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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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상권이 국내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이들 브랜드 중 대다수는 국내 MZ세대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도 인기를 끈다는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실률이 절반에 달했던 암흑기를 지나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K패션 매장 중심으로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과거 명동 중앙길은 화장품 로드샵들로 가득했지만 ‘제2의 붐’을 맞은 최근에는 ‘힙한’ 감성의 패션 브랜드 매장들이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화장품 쇼핑을 CJ올리브영에서 해결하면서, 더이상 화장품 로드샵이 이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대신 한국 MZ세대에게 ‘핫한’ 패션 브랜드들을 경험해보려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8일 매일경제가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웨이크필드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명동 중앙길 주요 매장 약 100개 가운데 작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새로 문을 연 매장은 18개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부터 2020년 1분기 명동 중앙길에 새로 입점한 매장 수(5개)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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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패션 브랜드 매장 앞에 여행 가방을 든 외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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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개장한 매장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내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은 패션 브랜드들이다. 대표적인 곳은 MZ세대에 큰 인기를 얻으며 급성장한 패션 브랜드인 이른바 ‘3마’(마리떼프랑소와 저버, 마뗑킴, 마르디메크르디) 중 하나인 마리떼프랑소와 저버로, 올해 3월 명동 중앙길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방문객은 하루 평균 약 1000여명 수준. 눈길을 끄는 건 구매 고객 중 98%가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점이다. 마리떼프랑소와 저버를 운영하는 레이어 관계자는 “특히 일본, 동남아, 중국, 대만 고객들이 많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중심으로 20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끈 패션 브랜드 ‘이미스(emis)’와, 10·20대 남성들에게 주목 받는 스트리트 브랜드 ‘수프라’,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만든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도 전부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문을 열었다.

이들 MZ 패션 브랜드들은 대부분 기존 화장품 로드샵 자리에 들어섰다. 마리떼프랑소와 저버 매장이 입점한 곳은 한때 중국인 관광객들이 열광했던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편집숍 아리따움 매장이 있던 자리였다. 쿠시먼앤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 점포전환율이 가장 큰 곳은 명동으로, 지난해 기준 약 44%에 달했다. 전환율이란 일정 기간 내 점포를 빌린 사람이 바뀐 비율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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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로드샵 빈 자리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현재 선호하거나 앞으로 이들을 공략하고 싶은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제2의 명동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덕분에 명동 상권은 서울 6대 상권 중 공실률이 최저로 떨어졌다. 쿠시먼앤웨이크필드는 올해 1분기 명동 상권 공실률이 7.6%로 2019년(4.5%) 이후 5년만에 최저치라고 밝혔다. 이는 작년 동기보다는 17.4%포인트 하락한 숫자다. 쿠시먼앤웨이크필드 관계자는 “명동에 추가 출점을 검토중인 브랜드들을 고려하면 당분간 한자리수 공실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 상권의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명동 거리 유동 인구는 지난해 4분기 하루 평균 8만3394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5.3%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4분기 하루 평균 9만5186명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2020년, 2021년 6만명대 전후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8만명대를 회복한 것이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것 역시 명동 상권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들어 3월까지 누적 외국인 관광객은 약 340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코로나10 팬데믹 전인 2019년 1분기의 89%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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