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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게임주 ‘뚝뚝’…크래프톤 ‘나 홀로 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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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게임이 사라졌다


국내 대형 게임사 주가가 집단 부진에 빠진 가운데, 크래프톤의 주가 강세가 돋보인다. 게임 산업이 성장 둔화기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크래프톤만은 안정적인 실적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단, 최근 주가에 적용되는 배수(PER)가 높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높은 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올해 출시가 예상되는 신작 성과가 향후 주가를 가를 변수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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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주가 집단 부진한 가운데, 크래프톤은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크래프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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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MMORPG 중심 라인업

안정적 실적 부각

올 들어 크래프톤 주가 흐름은 다른 게임업체 주가와 반대로 움직인다. 크래프톤 주가는 4월 30일 23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연초 이후 24%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다른 게임주 흐름은 상반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을 비롯해 넷마블·엔씨소프트·펄어비스·카카오게임즈·위메이드·더블유게임즈·넥슨게임즈·NHN·컴투스 등 국내 대표 게임주 10종목으로 구성된 ‘KRX 게임 TOP10 지수’는 올 들어 5% 하락했다. 그마저도 크래프톤 주가가 상승한 덕분에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국내 게임주가 집단 부진에 빠진 이유는 뚜렷한 성장동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게임이 없어 매출을 견인할 주요 흥행작이 부족하고,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 회복으로 외부 활동이 증가한 탓에 게임 수요가 줄었다는 진단이다. 경기 부진으로 소비자 지출이 감소한 데다, 숏폼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시간 집약적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게임사의 글로벌 경쟁력도 약하다는 평가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게임 산업은 숏폼 영향력 확대, 경쟁 심화, 개발자 인건비 상승 등 이유로 성장 둔화기에 이른 상황”이라며 “향후 게임 산업은 신규 디바이스 출현이 없다면 저성장 구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악재가 가득한 상황에서도 크래프톤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실적 안정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게임사들이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매출 비중이 높은 반면, 크래프톤은 비MMORPG 라인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했다. 넷마블·펄어비스·위메이드·컴투스 등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으며, 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줄었다.

올해 실적 전망도 꽤 괜찮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크래프톤 실적 추정치는 4월 30일 기준 매출 2조1666억원, 영업이익 7769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13%, 1%씩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연초 추정치와 비교하면 매출은 6%, 영업이익은 7%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 목표주가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4월에만 KB증권·NH투자증권·SK증권·교보증권·메리츠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상상인증권·신한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현대차증권 등이 줄줄이 크래프톤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30일 기준 크래프톤의 평균 목표주가는 29만2857원이다. 이날 종가 대비 22%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다른 게임사들은 기존 게임 매출 하락으로 인해 실적이 부진하고 신작 준비도 잘돼 있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통한 안정적인 실적이 유지되고 있으며 올해 다수 신작도 예정돼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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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정책 눈여겨봐야

20만원대 초반엔 매수 전략

크래프톤 주가 향방을 가를 요인으로는 신작 성과가 지목된다. 올해 서비스 시작이 예상되는 신작은 익스트랙션 역할수행게임(RPG) ‘다크앤다커 모바일’,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 익스트랙션 슈팅 게임 ‘블랙버짓’ 등이 거론된다. 이 중 가장 먼저 공개되는 다크앤다커 모바일 성과에 따라 크래프톤 주가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지난 4월 24일 국내에서 첫 대규모 테스트를 시작했다. 테스트 후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올 상반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다면 주가를 끌어내릴 가능성도 있다. 상당수 애널리스트가 신작 흥행 실패 가능성을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꼽았다.

배틀그라운드 중국판인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게임 순위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화평정영 매출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게임 산업 자체에 대한 규제를 확대할 경우 중국 지역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인도 시장에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 어떤 이슈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올해 주가 상승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진 점도 향후 주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다. KB증권·다올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이 추정한 올해 크래프톤 PER은 평균 18.4배다. 삼성증권이 17.4배, 다올투자증권이 17.6배,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19.2배를 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4곳 증권사가 추정한 올해 크래프톤 PER은 평균 14.3배였다.

올 들어 크래프톤 PER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올해 주가 추가 상승 여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크래프톤 PER은 20배 안팎으로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통한 주가 추가 상승이 쉬운 난이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미 크래프톤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도 성장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의 주주환원 정책도 눈여겨봐야 한다. 크래프톤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늘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3월 주주총회 후 2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다. 매일 약 2만~3만주 정도를 매입 중인데, 이는 일평균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주가 부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자사주 매입 규모도 게임사 중 양호한 편이라는 평가다.

다만 아직 현금 배당은 진행하지 않는 만큼 배당을 원하는 주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배당 정책을 내놓을지도 투자자가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오동환 애널리스트는 “크래프톤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주가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최근 크래프톤이 늘리고 있는 부동산 투자 대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이나 현금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투자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크래프톤 주가가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20만원 초반대 가격에서 주식 투자가 효과적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 성과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며 “만약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해 크래프톤 주가가 20만원 초반대로 하락하면 공격적으로 매수하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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