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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한국 지우기’ 나선 일본 라인야후…인적구성·자본 등 네이버와 결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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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라인, 네이버 지분 정리 배경

이용자 9500만명 ‘국민 메신저’

2023년 개인정보 유출 발생에

日 “韓 의존 체질 드러나” 우려

네이버, 라인야후 거점으로 한

글로벌 사업 전략 차질 불가피

韓정부 적극 개입 가능성 제기

일본 라인야후가 8일 열린 결산설명회에서 네이버와 관련해 밝힌 내용은 기술, 인적 구성, 자본 관계에서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 메신저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지분 정리까지 요구하며 압박해 오는 것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일본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에서 ‘한국 지우기’를 관철해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세계일보

이데자와 다케시 일본 라인야후 최고경영자(왼쪽)가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와 함께 8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서 열린 결산설명회에 참석해 대주주인 네이버와의 지분 정리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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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화된 라인 속 한국 지우기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밝힌 내용 중 두드러지는 것은 ‘순차적인 위탁관계 종료를 통한 기술적 독립’이다. 지난해 11월 라인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자 일본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한국 의존 체질’이 드러났다”며 “네이버에 중요한 시스템의 개발, 운용을 위탁해 왔으나 적절히 관리되고 있는지 걱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데자와 CEO의 ‘기술적 독립’ 언급은 자국 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요구한 네이버와의 지분 관계 정리에 응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이데자와 CEO는 지분 정리를 요구한 행정지도가 “네이버에 강하게 관리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과제를 준 것”이라고 평가하며 “종합적으로 판단해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인야후 대주주는 지분 64.5%를 소유한 A홀딩스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출자해 만든 회사다. 현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이와 관련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이 라인야후 이사회 멤버 중 유일한 한국인인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물러나게 한 것이다. 신 CPO는 2008∼2011년 라인 출시 프로젝트를 총괄한 인물로 일본에서 라인 성공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신 CPO는 ‘라인의 창시자’로도 불리며 관련 서비스 개발에 중핵을 담당해 왔다”며 “다음달 18일부로 개발책임자로서의 직무에 전념하게 된다”고 전했다. 라인야후 측은 “경영과 사업 조직 간 분리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물은 사실상의 경질이고, 이에 따라 라인야후 이사회는 전부 일본인으로 구성되게 됐다. 네이버와 함께 라인야후를 지배하고 있는 소프트뱅크 측 인사 1명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가 내려졌지만 다른 두 명은 그대로 이사직을 유지했다.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라인야후가 호응하는 모양새로 라인에서 네이버를 배제하려는 것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의 압도적 위상 때문이다. 일본 라인 이용자는 9500만명 정도이고 공공기관에서의 사용도 확대돼 2021년 기준 중앙 행정기관 18곳, 지방자치단체 65%가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기밀정보나 주민 개인정보 등이 라인을 통해 보관, 유통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점 때문에 라인이 한국 기업인 네이버에 지배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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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적극 대응 나서나

일본 정부, 라인야후의 의지가 현실화될 경우 네이버는 글로벌 사업 전략에 큰 차질을 입게 된다. 네이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라인의 대주주인 A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16조5819억원, 영업이익 1조4004억원을 거뒀다. 네이버는 지난해 A홀딩스로부터 1206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하는 등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당장의 수익보다 급한 것은 향후 글로벌 사업의 동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라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태국(5500만명)과 대만(2200만명), 인도네시아(600만명)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문제는 라인야후가 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의 라인을 직접 운영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력 상실은 일본뿐만 아니라 라인야후를 거점으로 한 네이버의 해외 사업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대응 방침을 밝힌 것 또한 보다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주무 부처 수장인 이 장관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그간 과기정통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필요한 경우 지원을 할 것”이라는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김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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