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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엔비디아 독주 저지” 애플, TSMC 손잡고 자체 AI칩 개발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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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아이패드에 자체 칩 M4 탑재… MS-알파벳 등 빅테크마다 사력

반도체 업계도 ‘탈 엔비디아’ 바람… 삼성, AI가속기 ‘마하-1’ 내년 출시

‘反엔비디아’ 소프트웨어 연맹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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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독주 체제에 맞서 빅테크들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서며 ‘AI칩 주도권’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AI 시장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애플마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와 손잡고 자체 AI칩 개발에 나섰다.

업계의 밸류체인(가치사슬)상 빅테크들은 엔비디아의 고객이다. 하지만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엔비디아가 점유하며 빅테크들은 사실상 칩을 ‘배급’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반도체 기업들과 손잡고 자체 칩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설계 업체들은 엔비디아에 대항할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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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애플은 TSMC와 손잡고 AI 칩 개발에 나섰다. 특히 애플이 개발 중인 칩은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추론용 AI칩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애플이 수년 전부터 데이터센터용 AI 칩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내부코드명 ‘ACDC’를 진행해 왔다고 보도했다. 개발 중인 칩은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고 AI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7일(현지 시간) 애플의 온라인 신제품 공개행사 ‘렛 루즈’에서도 단연 관심은 반도체였다. 애플은 AI 기능 향상에 집중한 자체 개발 시스템 반도체 ‘M4’를 적용한 신형 아이패드 모델 11세대를 공개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M4는 AI 학습을 가속하기 위해 초당 38조 회에 달하는 연산처리 능력을 갖춘 역대 가장 빠른 신경망처리장치(NPU)인 ‘뉴럴 엔진’을 장착했다. 지난해 10월 M3칩을 출시한 지 반 년 만에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AI 경쟁에서 전환점 모색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빅테크들도 엔비디아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 자체 AI칩 개발 경쟁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은 일찍이 자체적으로 AI 칩 개발을 시작했다. 2월 한국을 찾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를 만나 반도체 공급망 구축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 CEO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TSMC에 대해 “(지정학적인) 불안(volatile)이 있는데 (메타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발언하며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최근 AI 반도체 자체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7조 달러(약 9576조 원) 규모 투자 유치에 나섰다.

‘탈 엔디비아’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새로운 AI 가속기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AI 가속기 ‘마하-1’을 개발하고 있다. 통상 AI 모델 개발과 응용 과정에서 학습, 추론 등 분야마다 요구되는 성능이 다른데 모든 걸 고성능 AI 가속기로 다룰 필요가 없다. 삼성은 이러한 틈새 시장을 노리고 가성비 좋은 AI 가속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들어가는 엔비디아 제품과 달리 마하-1에는 저전력 D램이 탑재돼 가격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갈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네이버도 일부 AI 인프라를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대신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로 대체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삼성의 마하-1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인텔은 엔비디아의 AI 칩을 대체하기 위해 ‘가우디3’를 개발하며 직접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텔 측은 가우디3가 엔비디아의 ‘H100’보다 거대언어모델(LLM)을 50% 더 빠르게 훈련시킬 수 있고 전력 효율도 2배 이상 높다고 강조했다. 3분기(7∼9월)부터 정식 판매할 예정이다.

CPU·GPU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오랜 경쟁사인 AMD도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자사 행사에서 AI 가속기 ‘MI300X’와 ‘MI300A’를 공개하고 5월부터 본격 납품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가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팹리스 강자 ARM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주도로 AI 반도체 칩 공급을 위해 1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이자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대항하는 소프트웨어 연맹도 결성됐다. ‘UXL재단’이 대표적이다. 구글과 인텔, 퀄컴, 삼성, ARM 등이 연합해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에 대항할 적수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오픈AI 모델은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에서만 가동하기 때문에 이를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1등 지위가 흔들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빅테크를 비롯한 AI 시장에서는 새로운 대안들이 등장하는 것을 언제나 환영하기 때문에 엔비디아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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