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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한 차례 유급 의대생, 피해자 목만 20여차례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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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사건 피의자 구속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최모(25)씨가 8일 구속됐다. 최씨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 진행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왜 살해했나” “헤어지자는 말에 살인을 계획했나” “일부러 급소를 노린 건가” 등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만 “죄송하다”고 했다. 최씨는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모두 다 인정한다”며 “피의자도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던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숨진 피해 여성 A(25)씨를 부검했다. 사인은 흉기에 의한 과다 출혈이었다. 최씨는 흉기로 A씨의 목 부위만 20여 차례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A씨의 친언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A씨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건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이 네티즌은 “어느 날 동생이 최씨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는데, 갑자기 ‘죽고 싶다’며 옥상에서 수차례 뛰어내리려 했다”며 “동생은 착한 마음에 죽으려는 걸 막다가 이미 예정되어 있던 최씨의 계획범죄에 휘말려 수차례 흉기에 찔려 죽음을 당했다”고 했다. A씨가 숨지기 전까지 최씨의 범행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실제로 A씨는 최씨와 함께 사건이 일어난 강남역 건물 옥상을 걸어 올라갔는데, 그 과정에서 강압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집안은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는 최씨와 A씨와의 교제를 반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피의자 최씨가 수능 만점을 받은 명문대 의대생임이 알려지면서 더욱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최씨는 수능 만점 직후 인터뷰에서 “간호사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의술에 관심이 많았다”며 “석해균 선장과 귀순 병사 치료로 주목을 받았던 이국종 교수가 롤 모델로,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인터뷰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을 살리는 외과 의사를 꿈꾸던 최씨가 대체 왜 살인자가 됐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 의대에 입학했지만 이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최씨와 같은 의대에 재학 중인 동기는 본지에 “최씨가 한동안 학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크게 방황했다”며 “수업도 자주 빠졌고, 여행을 자주 갔다”고 했다. 의대 공부에 어려움을 느껴 학업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이후 최씨는 지난 2020년 한 차례 유급하며 동기들과 멀어졌고, 1년 뒤 후배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재학 중인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씨는 평소 실습이나 조별 과제도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며 “평판이 좋지 않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최씨는 최근 의대생들이 추진한 ‘정원 확대 반대 동맹 휴학’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씨의 후배 의대생은 “동기들은 이미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했는데 본인만 유급해 뒤처졌다는 생각에 최씨가 조급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이별한 전 연인은 한 명의 인격체로 충분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집착했다”며 “소유욕을 강하게 표출함으로써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지나친 엘리트 의식을 가진 사람이 자신이 버려진다는 것을 참지 못해 분노가 폭력화된 사례”라고 했다. 실제 최씨는 의대에 진학한 뒤 본인의 학교와 전공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그의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대학 합격증과 학교 건물 등 대학 관련 사진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학교 마크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해외여행을 간 사진도 있었다.

[고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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