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는 국내 주식·공모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으로 연간 5000만원 초과 양도차익을 거둔 투자자에게 차익의 20~25%를 양도소득세로 물리는 제도다. 주요국 가운데 미국·영국·일본 등은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 있고, 중국·대만·홍콩 등은 적용하지 않는다.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정부와 일부 개인투자자가 사례로 드는 곳이 대만이다. 대만이 한차례 양도세를 도입했다가 주가가 폭락해 거둬들였다는 것이다. 대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며, 우리나라도 금투세를 도입하면 곧바로 자산가 등이 해외로 떠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말일까.
지난 1989년 대만은 양도소득세를 도입해 상장주식에 대한 과세를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양도소득세 도입을 발표한 이후 한 달 만에 대만 TWSE 지수는 8789포인트에서 5615포인트로 36% 급락했다. 일일 거래금액도 17억5000만달러에서 3억7000만억달러까지 5분의 1토막이 났다. 대만은 결국 1990년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철회했다.
금투세 폐지론자들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는데, 사실 증시 폭락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당시 대만은 금융실명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양도세를 내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 자산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투자자들이 저항한 포인트가 바로 이 지점이었다.
금투세 도입 과정에 정통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2년 파생 상품 거래세 관련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에드워드 차우(Edward Chow) 대만 국립정치대 금융학과 교수가 ‘대만은 양도세를 도입하고 싶어도 못 해서 거래세를 매기고 있다’고 한탄했었다”면서 “대만은 실명제에 대한 저항이 워낙 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양도세를 개혁 과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만은 또 정책 발표 후 3개월 만에 전격 시행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전산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혼란이 컸다는 것이다. 시장 악재도 있었다. 특히 중국과 지정학적 갈등이 계속 불거지고 있을 때 양도세 도입이 공식 발표됐다고 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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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재정 포럼 4월호에 따르면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돼도 자산이 많은 가구는 세금의 종류와 관계없이 세 부담 수준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국내 금융 시장의 모형 경제를 설정하고 과거 투자 및 보유 행태 등을 바탕으로 개인의 50년간 경제활동과 그에 따른 세 부담을 분석했다.
이상엽 경상국립대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대주주는 원래도 세금을 냈고, 세율 인상도 없어 세목이 주식양도세에서 금투세로 바뀌는 것뿐”이라면서 “결국 양도 차익을 5000만원 이상 올려 금투세를 내게 되는 일부 개인투자자가 문제인데, 이는 약 1400만명에 달하는 국내 주식 투자자 가운데 약 1%밖에 되지 않아 시장에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선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금융소득 과세 일체화 작업을 진행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비과세였던 양도 소득에 관해 1961년부터 과세 대상을 점차 늘렸다. 1989년 4월부터는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했다. 이후 9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다가 1999년 폐지했다.
세제에 정통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우리나라 세법이 과거 일본과 똑같다”면서 “일본은 30년에 걸쳐 우리나라보다 높았던 거래세율을 비롯한 복잡한 과세를 양도세로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제 개편 과정에서 증시 부양책도 나왔다”면서 “은행 이자에 대해선 메리트를 주지 않고, 자본시장은 특례 규정인 NISA(Nippon Individual Savings Account·소액투자 비과세제도)를 만들어 개인 투자를 유도해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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