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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연금개혁 ‘낙제점’ 의료개혁 ‘진통’… 늘봄학교 정책만 속도감 [심층기획-윤석열정부 2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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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사회분야 진단

연금개혁 1년 지체 때마다 부담 52조↑

“개혁 늦추면 국민연금 신뢰도 하락” 지적

의대 정원 확대, 거센 반발에 진퇴양난

“필수의료 분야 수가 인상 등은 바람직”

‘노조 투명성 강화’ 노동개혁 성과 꼽혀

“정책 시행 때 일방적 추진은 문제” 지적

‘늘봄학교’ 한 학기 당겨져 2024년 2학기 도입

교사 반발 숙제… “현장 안착 살펴봐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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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교육·노동·연금 등 3대 개혁과제를 추진하고 있고 여기에 의료개혁을 추가하면서 집권 2년간 공과를 이어가고 있다.

8일 윤석열정부 집권 2주년을 앞두고 4대 개혁과제를 점검한 결과,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다음 국회로 넘긴 연금개혁은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대 증원 2000명 방침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넉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의료개혁도 지금 상황에서 좋은 평가를 하긴 힘들다. 노동개혁은 노·사·정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멈춰서 있다. 초등학교 돌봄 질·양을 강화한 ’늘봄학교’가 지난해 발표 후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개혁은 4대 과제 가운데 그나마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다.

◆속도 내는 교육개혁, 소통은 부족

교육개혁은 △어린이 돌봄 △디지털 교육 △대학혁신 3개 분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돌봄정책은 초등학교 돌봄 질·양을 강화한 ‘늘봄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인 ‘유보통합’이 꼽힌다.

늘봄학교는 대통령이 강조하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당초 2025년 전면도입 계획이었으나 한 학기 당겨진 올해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도입된다. 1학기에는 전국 초등학교의 3분의 1인 2800여곳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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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반발은 풀어야 할 숙제다. 교사들은 업무가 늘 것이라며 늘봄학교에 반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전담인력 도입 등으로 교사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지만, 교사들은 ‘구체적인 예산·인력 보강 계획이 보이지 않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책 정착 전까지 진통이 이어질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선 정부가 정책을 급히 추진하느라 현장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부터 하겠다며 목표를 세운 것은 많은데, 추진 과정에서 현장을 살피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개혁은 총선 등을 염두에 두고 성과를 내기 위해 시간표를 무리하게 제시하고 급히 추진된 면이 있다. 차분하게 준비하고 현장 안착을 살피는 부분은 미진하다”며 “늘봄학교 등도 방향은 적절하지만 급하게 추진하다 보면 원래 취지도 훼손될 수 있다. 급해서 체할까 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노조 투명성 강화했지만…협력 지지부진

지난 2년간 노동개혁의 가장 큰 성과는 ‘법치주의 확립’, 그중에서도 노동조합의 투명성을 강화한 점이 꼽힌다. 정부는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해 10월부터 노조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이 조합비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노동계는 ‘노동악법’이라고 반발했으나 결국 양대 노총은 이를 수용했다.

노동계는 ‘노조 탄압 기조’를 과(過)로 꼽는다. 지난달 한국노총이 발표한 ‘현 정부의 노동정책 및 경기상황 악화에 따른 노사관계 변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장 노조 43.3%가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이 노조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회계공시제도 자체는 투명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정책을 시행할 때 노조를 대화 파트너라는 의식을 갖고 추진하지 않고 일방적이었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공론화에도 미룬 연금개혁, 낙제점

연금개혁은 정부가 공을 국회로 넘겼고,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뤘음에도 결국 21대 국회에선 개혁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다음 국회로 넘겼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지난달 시민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과반(56.0%)이 현행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2%(2028년까지 40%로 하향 예정)’를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로 인상하는 안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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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안정론 측 전문가인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공론화를 통해 민의의 방향을 이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릴 수 있다는 합의를 이뤘고, 노후에 대한 국민 불안도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회가 임기 종료를 22일 앞두고 합의안 도출을 포기하면서 공론화 성과는 흐려지고 있다. 국회가 손을 놓은 사이 재정 문제는 악화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국민 부담액은 52조원 가까이 증가한다. 석 교수는 “연금개혁을 늦추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 계속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신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 난항

윤석열정부는 역대 정부들이 여러 차례 실패한 의대 정원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이번에도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고 있다.

의료계는 올해 초 공개된 지역의료 강화,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이 포함된 필수의료 패키지에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닷새 뒤 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2000명 더 늘린 5058명을 뽑겠다고 발표하면서 의·정 갈등이 시작됐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병원을 떠나고, 의대생 집단 휴학, 일부 교수들 사직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보건의료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필수의료패키지에 대해 100점 만점에 95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줬다. 박 교수는 “최근 소아 연령가산을 최대 1000%까지 파격적으로 올리기도 했는데, 필수의료 분야 수가 인상이나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추진은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나 의대 증원과 관련해선 “2000명에서 대학 자율로 50%까지 줄일 수 있게 했는데, 1000명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년 후를 고려하면 증원을 하는 게 맞지만 30년 후를 바라보면 정원을 줄여야 한다. 어떻게 줄일 것이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정우·김유나·이지민·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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