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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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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쉼터가 고양이 집으로…”물과 사료 보충 부탁” 안내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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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4일 경기 파주시 심학산의 등산로 오두막 쉼터가 '고양이 집'이 됐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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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하다 발견한 오두막 쉼터가 ‘고양이 집’으로 변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기 파주시 심학산에 있는 오두막 쉼터를 찾았다가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날씨도 포근하고, 연휴 첫날이라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등산로를 이용하고 있었다”며 “산 정상에서는 팔각정처럼 생긴 곳에서 많은 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자리가 부족해 정상 오르기 전 옆에 보이던 오두막 쉼터를 기억하고 숨도 돌리고 물도 마실 겸 가봤다”며 오두막 쉼터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사진 속 오두막 쉼터 바닥에는 고양이 사료와 물 등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쉼터 한 편의 의자 밑 공간은 고양이가 머무는 곳으로 보이는 상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밖에도 방석, 담요 등 고양이를 위한 침구류 등이 다수 비치되어 있었다.

쉼터 테이블에는 손으로 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방문하신 여러분께. 물과 사료가 부족할 경우 보충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뜻이 있는 분은 사료와 물 지원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등산로 이용하는 사람이 쉬어야 할 곳이 고양이 집이 되었다”며 “악취 및 고양이 털 날림 (등에 관해) 파주시 게시판에 글을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 귀엽고 예쁘면 집에 데려가서 키우셔야지, 저런 식의 고양이 배려를 모든 사람이 좋아할 거란 건 착각”이라고 했다.

이 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저도 고양이 집사고, 고양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저런 건 혐오한다” “빨리 깨끗하게 정리하고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으로 돌려줘야 한다” “고양이 개체 수가 늘어나서 산에 살던 작은 동물들이 없어지면 어떡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파주시 관계자는 9일 조선닷컴에 “심학산 등산로에 있는 쉼터 등은 시청에서 관리한다”며 “고양이 사료 등으로 인한 민원이 접수됐는지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길고양이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캣맘’과 평온한 생활권을 주장하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이전부터 있었다. 지난 3월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길고양이 돌봄을 둘러싸고 이웃들 간 경찰 고소전까지 벌어졌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고양이 밥그릇을 수거하자 ‘캣맘’이 절도죄로 신고했고, 고소당한 이웃이 다시 캣맘을 공공기물 파손으로 맞고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6월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모르는 집 마당에 들어가 고양이 밥을 준 시민이 주거침입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정부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으로 서울시 등 7대 광역시에 있는 길고양이 수는 2020년 81만 마리에서 2022년 70만 마리로, 약 11만 마리 정도가 감소했다.

개체 수 조절에도 불편 민원은 줄어들지 않았다. 전주시의 경우 2019년 1005건이었던 길고양이 민원이 2023년에는 207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갈등 조정에 나서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길고양이 공공급식소를 설치하는 식이다. 지자체는 정해진 장소에서 길고양이에게 물과 먹이를 주면 고양이 울음소리와 악취, 미관 저하 등에 대한 민원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급식소에 먹이와 물을 주기적으로 공급하는 건 ‘캣맘’ 등이 맡고, 지자체는 공공급식소가 위생적으로 잘 운영되는지 관리·감독을 맡는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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