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안보 지원과 전쟁 지원 구분
아프간 전쟁 실패 예시로 들어
국방장관 “고중량 폭탄 1회분 수송 중단”
이스라엘 “실망스러운 결정”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마린원에서 내리면서 경례를 받고 있다. 시카고(미국)/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향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만류하던 미국이 본격적으로 선을 긋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약속과 라파 공격 지원은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무기 지원을 일부 중단하기로 했다.

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이스라엘)이 라파에 진입한다면, 아직 하지는 않았지만 여태껏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상대하는 데 사용되던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시내각에 분명히 밝혔다. 실제로 이들이 인구 밀집 지역으로 들어간다면 그들은 우리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미국의 오사마 빈 라덴 제거를 예로 들면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축출하는 것과 가자지구 공습은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빈 라덴을 잡는 것은 합리적이었지만, 아프가니스탄을 통합하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며 “나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신와르(하마스 정치 지도자)를 잡는 것을 도울 테니 미국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경고를 이미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청문회에 출석해 “이스라엘군에 대한 우려로 고중량 탄약 1회분 수송을 중단했고 다른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린 처음부터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고려하지 않고 라파에 대대적인 공격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은 이스라엘이 보다 정확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우린 이스라엘이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계속 지원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안보와 전쟁을 구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2000파운드(약 900㎏) 폭탄 1800개와 500파운드 폭탄 1700개 선적을 중단했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 매체 채널12에 출연해 “미국이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번 조치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의회의 정치적 압력과 미국 대학가 시위, 다가올 대통령 선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광범위한 원조 중단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 역시 “무기 선적을 어떻게 진행할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며 “이번 작업은 지난달 말 통과한 이스라엘 지원 패키지와는 별개”라고 밝혔다.

[이투데이/고대영 기자 (kodae0@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