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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참에 특권 없애는 건 어때요? 21대 금배지 '마지막 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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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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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 임기 만료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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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던 21대 국회의 다짐은 공염불에 그쳤다. 고금리·고물가의 어려움에 도탄에 빠진 민생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정쟁만 벌였고, 남은 임기는 한달도 남지 않았다.

# 그렇지만 21대 국회가 이대로 막을 내려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냉정하게 자기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22대 국회도 똑같은 일을 반복할 게 뻔하다. 21대 금배지 중 절반 이상이 22대에도 활동해서다. 21대 금배지들이 마지막 한달간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4·10 총선이 끝난 지 한달. 여야 정치권은 21대 국회의 '마지막 한달'을 시작했다. 숱한 정쟁으로 얼룩졌던 21대 국회는 오는 29일 문을 닫는다. 21대 금배지는 이제 무얼 할까. 첫번째 과업은 '땡처리'다.

21대 금배지들이 1일 기준 국회에 발의한 법안은 2만5826건. 이중 국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9061건에 불과하다. 통과율은 35.0%. 여기서 대안·수정반영으로 폐기한 법안 6104건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통과한 법안은 2957건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법안 통과율은 11.4%로 더 떨어진다.

이럴 때 역대 국회는 밀려 있던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는 구태를 자행해왔다. 19대 국회는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둔 2016년 5월 19일 135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쟁으로 미루고 미뤘던 법안들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처리했다는 거다.

20대 국회도 다르지 않았다. 2020년 5월 20일 133건의 법안이 막차를 타고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런 구태는 21대 국회에서도 반복될 소지가 크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여야가 선심 쓰듯 주요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서다.

문제는 온갖 것들은 모두 통과시키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없앨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대 국회가 그랬고, 21대 국회도 지금까진 다르지 않다. 사실 21대 금배지들이 자신들이 4년 내내 누렸던 특권을 '혁파할 이유'가 없긴 하다. 21대 총선에 이어 22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이 300명 중 169명(56.4%)에 달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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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자기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22대 국회도 정쟁만 벌이다 끝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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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2대 국회에서 사라져야 할 금배지의 특권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억' 소리 나는 연봉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기준 국회의원의 세비(연봉)는 1억5426만원이었다. 월급으로 따지면 1285만원에 달했다. 이마저도 올해 1억5690만원으로 1.7% 인상했다. 정쟁을 이어가던 여야도 연봉 인상 앞에선 한목소리를 냈다.

2022년 연말정산을 신고한 우리나라 노동자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이 4213만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3.6배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2020년부터 2023년까지 21대 국회의원에게 지급한 세비는 총 1839억5700만원에 이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기간 국가가 각 정당에 지급한 경상보조금은 1859억5700만원을 기록했다.

월급과 경상보조금만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각종 지원금도 어마어마하다. 국회의원들은 의원실에서 사용하는 소모품(연 519만2000원), 우편비와 전화요금(연 1140만원), 의원실 운영비(연 216만원) 등을 지원받는다.

여기에 입법·정책 개발비와 정책자료 발간비도 매년 각각 2546만3330원, 1200만원씩 지급받는다. 이렇게 받는 지원금만 지난해 기준 연 1억1276만원(국회의원 1인당)에 이른다. 국회의원 300명에게 지급하는 지원비는 연 338억2800만원, 4년으로 환산하면 1353억1200만원이다.

세비(1839억5700만원), 정당 경상보조금(1859억5700만원), 지원금(1353억1200만원) 등을 모두 합하면 4년간 300명의 국회의원에게 쓴 혈세는 5052억2600만원에 달한다.

지난 1일 기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9061건이라는 걸 감안하면 법안 하나에 5575만원을 쓴 셈이다. 원안 가결(대안반영·수정반영 폐기 제외) 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금액은 건당 1억785만원으로 치솟는다. 이처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은 국민의 상상을 초월한다. 제 역할은 못 하면서 혈세만 축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특권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도 있다. 금배지들은 이렇게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지만 자기개혁과 성찰엔 인색했다.

회의에 불출석하거나 구속된 국회의원의 세비 지급을 줄이거나 막아야 한다는 법안을 14개나 발의했지만 소관위 심사를 넘긴 법안은 하나도 없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자던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방탄 국회'를 지탄하며 앞다퉈 불체포 특권을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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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우리가 모르는 금배지의 특권은 수없이 많다.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국회의원들은 의원회관 내 148.7~165.2㎡(약 45~50평) 크기의 의원실을 공짜로 쓴다. 차량 유지비(월 35만8000원)와 유류비(월 110만원)를 지원받으면서 국내 출장을 다닐 때 쓴 기름값은 따로 받는다. 지난해부터는 국민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값도 연간 700만원씩 지원받는다.

국회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의원회관 병원과 한의원·약국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해외에 갈 때는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 혼잡한 일반 출입구 대신 VIP 출입구를 사용한다. 해외에 나가면 재외공관의 영접도 받는다.

출장비가 지급되니 당연히 항공기는 비즈니스석, 열차는 특실을 이용한다. 이 모든 것이 금배지를 달고 있다는 이유로 누리는 특권들이다.[※참고: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각종 특권은 더스쿠프 통권 552호 '의정 메시지도 혈세로 보내는 특권층'에서 자세히 다뤘다.]

이윤선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특권을 내려놓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권층이 된 국회를 바로잡기 위해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역대 가장 무능한 국회란 오명을 쓰고 있는 21대 금배지들은 남은 한달 자신들의 특권을 혁파하는 작업을 시작할까. 그럴 리 없겠지만, 작은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도 많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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