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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채 상병 사건’ 재검토 반대했던 법무관리관···돌연 입장 변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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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3월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채 상병 사건 관련 항명 사건 공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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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채 상병 사건’을 처음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하는 방안을 국방부 측에 건의하자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법무관리관은 일주일 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조사본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법무관리관의 태도 변화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8월1일 해병대 수사단은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용한 조사결과의 경찰 이첩이 제지당하자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을 재검토하게 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경찰로의) 이첩 보류는 부당하다”며 조사본부로 이첩해 재검토를 받자고 건의했다. 김 사령관이 건의를 받아들여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 박진희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전했다.

김 사령관은 이후 진행된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의 박 대령 항명 사건 조사에서 “유 법무관리관이 통화에서 ‘조사본부와 해병대가 다른 결론을 내리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고 논란이 될 수 있다’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고 여러차례 진술했다. 유 법무관리관이 ‘조사본부에 이첩을 했다가 해병대 수사단과 결론이 다를 경우 군 전체가 의심받을 수 있어 더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안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김 사령관은 유 법무관리관과의 통화 뒤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로부터 ‘조사본부에 이첩하지 말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조사본부에 이첩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법무관리관의 조사본부 재검토 반대 의사를 장관의 뜻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관리관실은 8월8일 이 전 장관에게 “조사본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보고 문건을 올렸다. 법무관리관실은 문건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는 여러 관점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상급 수사기관인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하도록 한 후 경찰 이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범위 내에서 절차에 따라 조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주일 만에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조사본부 재검토 건의 당일, 해병대-대통령실 통화 정황


유 법무관리관의 입장이 변한 대목은 또 있다. 그는 박 대령에게 수사 결과 경찰 이첩을 만류하며 ‘혐의자와 혐의사실을 특정하면 안 된다’고 주문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는 정작 국방부 조사본부에는 ‘혐의자를 2명 특정해서 경찰에 이첩하라’는 의견을 냈다. 이 전 장관은 이런 의견을 명목으로 조사본부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조사본부는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이처럼 석연찮은 과정이 대통령실 등 윗선 개입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유 법무관리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당일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했다는 의혹이 있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이 국방부 측에 조사본부 재검토를 건의한 시점에 임기훈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통화했다”며 “건의가 거부되는 과정에 대통령실이 관여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박 대령 쪽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지난해 8월1일 오후 3시29분 박 군사보좌관에게 ‘조사본부 재검토를 건의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0분쯤 지난 3시53분 박 군사보좌관은 “(장관이) 조사본부로 이첩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김 사령관에게 답장했다. 김 사령관은 그 사이인 오후 3시37분쯤 임 비서관과 통화했다. 김 사령관과 임 비서관이 4분45초 이어진 통화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이 해병대 건의를 받아 유 법무관리관에게 조사본부 재검토 방안을 따져보라고 지시했다가 갑자기 철회한 정황도 드러났다. 유 법무관리관은 군 검찰 조사에서 “군사보좌관으로부터 ‘해병대 수사단에서 조사본부로의 이첩을 검토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제가 검토를 시작하기 전에 조사본부로의 이첩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연락을 다시 받았기 때문에 검토를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해병대의 조사본부 재검토 건의를 거부한 게 아니라 당시 해외출장 중이라 귀국 후 결정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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